brunch

05. 플랫폼 이야기 먼저(3)

#숏폼동영상플랫폼#마케팅원리#마케팅디자이너

by 잔상
금붕어 세대라는 말을 아는가?

금붕어의 집중력은 약 9초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캐나다 연구진이 '주의 지속시간'에 대한 소비자 연구조사를 발표했는데 인간의 집중력이 8초라고 한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12초였는데 무려 4초나 감소하였다. 뇌파 검사 이외 별도로 설문조사도 진행되었는데 이렇게 집중력이 떨어진 데는 디지털 사용 습관이 매우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았다. (물론 집중력은 감소하였지만 멀티태스킹 능력은 상승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 북을 살펴보면 2010년 이후 출생인 '알파세대'는 이보다 짧은 '3초 집중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짧아진 집중력의 삶이 어떻게 번져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징표가 여러 개가 있다. 1.5배속, 2배속으로 빨리 감기로 영상을 본다던지, 드라마나 영화를 요약해서 보는 콘텐츠 소비가 상승한 것만 보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다. 2024년에 개봉한 손석구의 밤낚시 영화가 러닝타임이 13분이었다는 것도 이러한 대세를 밑받침한다.


common.jpg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숏폼 영상'이 있다.

숏폼 영상은 15초에서 60초 길이 이내의 짧은 길이의 영상으로 영상 메시지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집중력이 점점 짧아지는 우리 인간에게 딱 안성맞춤이다.


숏폼의 출현은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냅챗에서 약 10초짜리 영상 공유가 가능했고, 2013년에는 바인(Vine)이라는 플랫폼에서 최대 6초까지 최대 영상 공유가 가능하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중화는 2016년 틱톡의 등장과 함께 활성화가 되었고, 2019년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2020년 유튜브의 '숏츠'가 출현하며 2020년대의 대세 영상 매체가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숏폼 미디어 시장 선점을 하였던 스냅챗과 바인이 점유율에서 밀리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이유(Vine은 2017년 트윗에서 공식적으로 서비스 종료)가 무엇일까? 이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수익구조의 실패, 부족한 기능, 너무 제한적인 짧은 영상 시간 등등이다. 틀린 말들은 아니지만 틱톡의 수익화는 2020년부터 되었고 바인 서비스가 2017년 종료된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기엔 시간적인 차이가 있다. 그 외 끊임없는 기능 개선과 제한적인 짧은 영상이 후발 주자인 소셜 플랫폼들에 밀린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알고리즘'이다. 당시 2010년대는 알고리즘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인 추천 기능이었다면 후발 주자의 소셜 플랫폼의 콘텐츠는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1:1 개인화된 알고리즘이다. 개인의 관심사에 연관된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알고리즘이다 보니 당연히 압도적인 인기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숏폼 영상은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니즈와 개인화된 알고리즘의 시너지로 거스를 수 없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2020년 대 현재 가장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존 영상 매체는 검색 후, 선택을 하는 방식이었다면(그 뒤로 추천 영상들이 나와 다시 터치하는 형태) 숏폼 영상은 강력한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기만 하면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영상들이 알아서 나오니 특정 영상을 선택할 수고조차 없다. 틱톡,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숏츠' 그리고 네이버의 '클립' 모두가 동일한 방식이다. 이게 진짜 중독성이 있다고 느껴진 게 지난 2022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나도 결국 감염이 되었는데 수세미가 목을 긁어대듯 너무 고통스러워 단 한숨도 못 자고 앓은 적이 있었다. 침을 삼키는 것은 물론이고 숨도 쉬는 것조차 괴로웠던 난 결국 침대에서 나와 책상에 앉아 있기로 했다. 영화를 보기에는 목이 너무 아파 집중이 어려워 인스타그램의 '릴스'를 그때 처음 열었는데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광고도 숏폼 형태에 맞춰 바뀌었다. 아니, 광고가 확장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기본 풀타임 영상 광고가 60초가 넘는 다면 15초, 30초, 60초 등 숏폼 노출을 위한 영상 길이가 리사이징 되어 나온다. 실제 2021년에 제품 브랜드 광고를 기획하여 진행하는데 기본 풀타임 광고는 2~3분짜리로 촬영을 하였지만 숏폼 광고를 위해 앞서 말한 60초 미만의 영상들도 같이 재편집하여 광고를 온에어 하였다. 두 번째로는 당연히 광고 영상 혹은 이미지도 숏폼 영상의 레이아웃에 맞춰 세로형으로 리사이징 된다는 점이다. 풀타임은 대부분 유튜브 영상 규격인 세로형으로 1920px * 1080px이지만 숏폼은 이를 뒤집어 1080px * 1920px 가로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로형 사이즈에 맞춰 영상 리사이징 작업이 필요하다. 세 번째 변화는 광고도 직관적인 홍보보다는 스토리 중심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 중,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면서 알고리즘에 맞춰 관련 영상들이 뜬다고 하였는데 광고인지도 모르고 숏폼 영상으로 생각하여 꽤 자주 보게 된 콘텐츠들 많다. 광고 자체가 다른 숏폼 영상들처럼 러닝타임이 짧기도 하고 일반 숏폼 콘텐츠의 레이아웃과 결을 맞춘 데다 스토리 중심으로 제작되다 보니 광고인지도 모르고 콘텐츠가 노출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포털 검색부터 블로그, 소셜, 그리고 숏폼 미디어까지 시기에 따른 플랫폼의 트렌드를 이야기해 보았다. 주저리주저리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으나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이 당연한 이야기를 주의 깊게 읽었다면 당신은 '미디어 믹스' 전략의 밑그림을 그릴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난 이렇게 바로 현실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을 '현실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나도 마케팅을 익히기 위해 참 많은 마케팅 이론서들을 읽었지만 정작 실전에는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았기에 바로 현실에 써먹을 수 있는 마케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챕터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우리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현실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5화 끝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