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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Feb 21. 2021

제8회 대구 수채화 미술 대전 특선

삶의 굴레 두 번째 이야기


제주로 내려와 어영부영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친하게 지내는 화가분께서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느니 공모전이라도 착실히 해서 실적을 쌓아가면 어떻겠냐며 제8회 대구 수채화 공모 대전에 출품을 해보라고 권하셨다. 모처럼의 제안에 그간 마냥 보내버린 시간을 돌이켜보며 의욕차게 응했지만, 막상 20호나 되는 그림은 처음이었기에 거대한 종이에 무엇을 그리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최근 나에게 가장 큰 물음과 이야기를 남긴 '삶의 굴레'를 주제로 정했다. 


오래전 하수구에서 꽃을 피운 이름 모를 식물에 동하여 그렸던 그림인데, 굴레를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밟혀 죽어가는 운명을 보고서 그렸던 그림이다. 현실에 발버둥 칠수록 되려 스스로 상처 받는 모습에 오래전에 내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그리는 동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림을 새로이 그리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들도 있지만 되려 깊어지는 생각에 꽤나 큰 몸살을 앓아가며 그린 그림이다. 당최 무슨 예술을 한다고 이런 성격인지.


처음 공모전에 도전한 것 치고 특선이라는 분에 넘치는 상을 받았다. 이전보다는 더 차분하고 보다 따뜻한 색으로 그려주고 싶었던 그림이 대구 어느 공간에 걸려 지나는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었으면 첫 공모전이었던 만큼 들러보고 싶었으나 쉽게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몇몇 분들이 그림을 보고 어쩐지 슬퍼 보인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나이 먹고 처음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축하를 해주면서도 가난하다며 해준 것도 없는데 아들의 삶의 굴레가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는 감상평을 남기셨다. 


지나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찰나에 지나지 않더라도 잠시나마 이목을 끌었을 그림이 되었으면 했다. 쟁쟁한 그림들 사이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 그림을 바라봐주었다면 그것으로 이번 이야기는 잘 마무리된 것은 아닌가 싶다. 아직 '삶의 굴레'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지만 하수구에 예쁜 꽃을 들어 올린 식물처럼 나의 이야기가 지나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 바라볼만한 가치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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