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산이 쉬울 줄 알았지. 다들 하는 거니깐. 너어어어무 아프지만 무통 주사가 있어서 그나마 낫다고 했던 친구들의 이야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왕절개는 마취하는 거니깐 덜 아프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막달에 이미 자궁문이 2cm 정도 열려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금방 나올 거라 생각했던 우리 아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37주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그 덕에 준비는 참 잘해뒀다. 처음에는 '엇! 벌써 나온다고? 좀 있다 나오지?' 하다가 '아니야, 우리 아가 나오고 싶을 때 나와!' 이렇게 말이다.
38주만 넘어도 언제 나와도 괜찮으니, 그동안 자궁수축으로 다니지를 못했던 한을 풀러 할 수 있는 한 많이 돌아다녔다. 그래도 코로나는 무서우니 사람 없는 야외로 골라서. 그때 돌아다닌 기억으로 가장 힘들었던 신생아 육아 시간을 버텨냈다.(임산부 여러분, 아이 낳기 전에 남편이랑 데이트 많이 다니세요! 친구들이 맨날 말했는데 저는 수축 때문에 조금밖에 못 나갔어요. 그래도 그 기억이 정말 감사해요!)
40주가 다가오자 자궁수축이 잦았다. 근데 나는 원래 자궁수축이 있는 임산부였기 때문에 이게 출산의 징조인 진진통인지 가진통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매일 밤과 새벽마다 자궁수축으로 남편은 마음을 졸였다. 나는 새벽마다 깨서 호흡으로 수축을 가라앉히고 화장실도 다녀왔다가 다시 잤다. 자꾸 새벽에 깨면서 불편했지만, 엄마 새벽 수유를 연습시키려는가보다 싶어서 적응하기로 했다. 내가 통증이 올 때마다 진진통인가 싶어서 놀라 깨는, 늘 긴장한 남편을 보니 안타까웠다. 남편은 수축이 올 때마다 아파하는 내가 안타까웠단다. 그때 수축 정도는 약한 생리통 정도라서 난 다행히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편과 나는 긴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의료 기준 만 나이로 노산이고, 속골반이 좁아서 제왕절개를 하게될 수 있다고 진료 때 들었었다. 그리고 출산에 대해 찾아보다 발견했는데 자궁근종 복강경 수술을 한 경험이 있으면 제왕절개를 추천한다는 산부인과 의사 유튜버님들 많았다. 무엇보다 수축이 맞나 아닌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며 짐볼 운동이나 걷기 운동을 힘들게 하느니 그냥 맘 편하게 지내다 아기를 낳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39주 4일이 되는 날 병원에 전화를 했다. 40주 0일에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말하려고. 근데 전화한 날이 토요일이고, 이미 내 담당 선생님께서는 진료가 끝나서 안 계셨다. 간호사님께 내용전달을 부탁드렸다. 일정을 확인해보니 40주 0일 되는 날에 선생님께서 수술이 없으니 가능할 거라 하셨다. 그래서 월요일에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주말 동안 힘들게 걷거나 등산을 하거나 짐볼을 타지 않고 맘 편히놀러 다녔다.나는 곧 선택 제왕절개를 할 거니깐 일요일에 코로나 검사도 해뒀다.
그런데 일요일 밤. 12시가 지난 시간, 그러니깐 월요일 새벽부터 통증이 좀 심해졌다. 나는 으레 있는 통증에서 조금 더 아픈 거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간격이 짧았다. 5분 간격이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데 확인해보니 5분이라 남편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생리통 정도의 통증이라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서 이건 진진통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남편은 5분 간격이니깐 병원 가서 확인하고 오자고 했다. 아니면 다시 집에 오면 되니깐. 이걸로 가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난 생각했지만 남편 말을 따르기로 했다. 갔다가 아니면 다시 오면 된다는 말에.
병원에 가기로 결정하고 짐을 주섬주섬 싸고 있는데 아랫 부위가 생리통보다 더 아프기 시작했다. 생리통은 아랫배가 아픈데 이건 가장 아랫 부위 골반이 벌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정수기에 물 마시러 가는 중, 짐을 싸고 걸어 나가는 중에, 차를 타러 가는 지하주차장 길에서 통증이 세게 오면없어질 때까지 잠시 서서 심호흡을 했다가 다시 걸어가야 했다. 그제야 이게 진진통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진통 없을 때 빠른 걸음으로 얼른 이동하고 진통이 오면 서서 심호흡하고 사라지면 다시 후다닥 이동했다. 원래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는데 진통이 왔다가는게 재미있어서(?!ㅎㅎ)그렇게 장난치듯 움직였다. 그렇게병원에 도착해서 주차할 때 까지도 진진통이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