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잉 9번 달성/ 뷰잉 요청 메시지 예시 / 계약시작/ 연극보러
매일매일, 혹은 이틀이나 삼 일의 한번 꼴로는 꾸준히 쓰고 있는데 저녁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발행은 못하고, 일단은 쌓여만 가는 저장 글들.
오늘은 뷰잉을 4개 정도 다녀왔다. 잘하면 5개가 될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한데, 하루 종일 여기저기 런던을 헤매고 다녀서 진이 다 빠지는 바람에 쏟아지는 메시지 속에서 오늘은 딱 4개만 가자,라며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나는 저번에 대학원을 다녔을 때는 기숙사에서만 생활에 와서, 이렇게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는 것은 처음이라 사실 긴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전화 영어의 울렁증까지.. (욱)
물론 모든 욕심과, 번뇌를 내려놓고, 참을 인자 세 번의 인내를 가지고
그냥 나사 하나 빠진 상태로, 그까짓 거 별거 아니라는 어떠한 알 수 없는 배짱을 안고 임하다 보면!
결국 그냥 가면 다 된다는 걸 새삼스럽게 또 깨닫게 되는 하루하루.
게다가 런던에서 살다 보니 영국 발음이라는 정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민자와 다문화가 섞여 있는 영국은 오히려 영국 발음 자체를 듣는 게 생소하게 느껴질 만큼 이민자들이 많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자! 말만 통하면 장땡 아니오. (그렇지만 잘 못 알아들어 보이면 문법이든, 단어든, 발음이든 뭔가 틀린 것이니 반드시 복기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내가 눈치껏 알아들은 단어들도 한번 생각해 보고 기록해두자!)
아무튼,
나는 처음 뷰잉을 시작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 알아본 후 임했고, 이 글은 거기에 플러스, 2주간의 개인적 경험과 인상을 합쳐 정리해 보려 한다.
혹시 모를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1. 뷰잉하는 법에 대하여
(1) 집을 어떻게 찾을까?
영국 내에서도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나는 메시지를 보내고 체크해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포화상태라서 딱 두 가지만 심플하게 체크했다.
(1) SpareRoom
(2) 영국 사랑
(3) 동네가 안전한지 체크해 보자! - Crystal roof
사실 영국의 치안은 (쫄보인 나에게는) 한국에 비교하면 두려울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 핸드폰을 누가 가져가기 일 수고, 자리를 맡아두려고 가방을 올려놓으면 큰일이 난다, 주문하고 돌아오면 없을 테니까 (...) 인종과 나라가 모든 것을 대변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선은 조심하자가 우선이라면 꼭 집 보러 가기 전에 위치를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역에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는지
2. 집이 너무 오래돼서 춥지는 않은지
3. 수압이 괜찮은지
4. 창문이 이중창인지 (Double-glazed)
5. 남자 혼자만 살고 여자 플랫 메이트만 구하는 집은 피하자.
6. 조금 일찍 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오기
등등.
사실 설명해 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다른 블로그에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
정보를 찾았을 때 뷰잉 방법은 자세하게 나와있지만, 뷰잉 예시 메시지는 잘 찾을 수가 없어서 (나는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집을 구할 때 썼던 메시지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으로 보냈는데, 필요한 경우에 따라서 수정해서 쓰면 될 것 같다.
(2) 뷰잉을 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보자
읽든 안 읽든 메시지를 쭉 보내다 보면 반 정도는 읽고, 반 정도는 읽씹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답장을 받은 사람들이 원하는 답들은 일정했다. 장황하게 쓰면 씹힐 확률이 높아진다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받았고, 그리하여 내가 찾은 요약본 같은 뷰잉을 잡고 싶다는 메시지 형식.
Hello,
My name is 이름, and I’m a 나이-year-old woman from South Korea currently staying in the UK on a YMS visa.
I’m interested in viewing your room. I don’t have a fixed schedule yet,
so I’m happy to arrange a viewing at a time that suits you :)
1. My earliest move-in date is 날짜, 해당 달
2. I'm thinking of a minimum stay of 6 months.
3. I’ve just arrived in the UK this month. I'm currently searching for a job in 분야나 직책
So, I'd like to make a 6 month down-payment.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상태라서 6개월 월세를 한 번에 요구하기도 한다. (= a 6 month down-payment)
4. I don't smoke and don't have a pet.
5. My WhatsApp number is 영국 전화번호.
Best regards,
이름.
좀 더 길고 유려하게도 써봤는데, 그냥 내 마음만 편하지 서로 이게 맞냐 저게 맞냐 다시 물어보게 되는 상황이 되길래, 그냥 그들이 주로 물어보는 질문들만 빼서 번호를 매겨 보냈다. 이랬더니 좀 더 효율적으로 대화가 복잡해지지 않고, 바로 뷰잉날짜를 잡아가는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느낌이.
그렇게 서로 약속 잡고,
(간단하게 전화가 오갈 때도 있다)
주소 받고,
해당 날짜와 시간에 가면 된다!
이전에 살고 있던 사람이 집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아니면 부동산 업자 분이 와서 대신 소개해 주기도 한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담이었는데, 집주인분이 아니라 이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집을 보여줄 거라는 형식으로 갔을 때는 이전 입주자에게도 왠지 좋은 인상을 남길수록 더 유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고, 그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정말 맘에 들었던 방을 무직인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뺏겼는데, 왠지 계속 집주인이 플랫 메이트에게 물어보겠다,라는 뉘앙스로 계속해서 말했기 때문.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저울에 놓고 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나는 정말 불법체류자가 아니고
집세는 꼬박꼬박 하게 낼 의지가 있으며
굉장히 깔끔하다,
라는 인상을 주도록 누구를 만나든 단정하게 입고 가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개인적인 생각 :)
그리고 혹시 모르니 6개월치 선불하겠다는 말은 써두고 메시지를 보내보자.
(3) 맘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서류 절차 시작
뷰잉 후 서류 절차가 1-2일 내로 시작된다. 일단 현재의 내 단계가 그러한데, 일단은 이 계약이 모두 끝나면 다시 한번 서류에 관한 글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
자세한 필요한 서류들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위에 영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 민 님!
https://www.youtube.com/watch?v=0ora2hwgz8o
2. 그리하여 다시 돌아가는 나의 10,11일차 일상
다른 사람이 계약을 가져간 충격으로 나는 그날 저녁까지 메시지를 보내느라 제법 늦게 잤다. 그리고 약간 지친 마음이 올라왔던 9일차의 저녁. 그냥 좀 생각도 많고, 불안한 마음이 많았다. 영국에 와서 좋은 거라고는,
- 음
뭐가 좋지.
그냥 낯선 풍경들과 낯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로 인해 '이렇게나 다르고 고유한 존재인 우리 모두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 다 공유하고 있다는, 어떤 다양성이 주는 안정감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싶다. 모두가 너무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단순히 내가 화장을 하든 안 하든, 살이 찌던 안 찌든, 그 사소한 차이 자체가 보이지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보이는 것에 대한 민감함이 조금 줄어드는 것이 어쩌면 안정감을 준다.
때때로 삶은 아주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한국에서 살았던 그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 이 말은 예전에도 썼던 문장이지만, 이게 어쩌면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게 가끔은 좀 슬펐다. 행복이 줄어든다는 것이.
뷰잉하다 중간 중간 사진으로 기록을 한 요즘.
집 사진은 기록용으로 찍기는 찍었지만, 올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가 지금도 살고 있을 테니까. 4-5개 정도 잡힐 것 같은 날이었는데, 많이 돌아다보니 힘에 부쳤다 +길도 엄청 많이 잃고 (아직 어려워요 길 찾기) 내가 결국 계약하겠다고 선택한 집은 가장 마지막에 봤던 집이었는데,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동네의 분위기였다.
따뜻하고, 가족이 많고, 안전하다는 생각은 버스에서 내려서 동네에 들어가자마자 들었다. 게다가 깨끗하고 따뜻한 집 상태까지. 그동안 보았던 집 상태 중에 가장 깨끗했고 +동네가 안전해 보여서 고민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일단 계약. 그리고 그날 저녁에 200파운드 조금 넘는 금액으로 홀딩 디포짓을 보냈다. 보통 200파운드 정도라고 하니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면 그 집은 제외하자.
집키를 받을 때까지는 아직은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계약서를 쓸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조금은 떨린다는. (하하)
4. 런던에서 처음으로 본 코미디 연극
~The Play That Goes Wrong~
새로 알게 된 좋은 지인분이 표를 주셔서 연극을 보러 갔다 :)
연극은 아주 오랜만이었고, 또 영국에서 보는 첫 연극이라 아주 설레며 갔던 아침.
영어가 좀 걱정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문장들이 아니고 슬랩스틱 같은 코미디가 많아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모든 의상에도, 모든 가구에도, 모든 세트에도 다 의도가 있구나. 잘 짜인 이야기는 참 예술이다.
너무너무 즐겁게 본 작품!
그리고 집에 와서는 간단한 간식을 영국에서 처음으로 먹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는 살이 찌기가 쉽다는 걸 알아서 (구 대학원을 다닐 때 그랬다) 따른 건 다 먹어도 절대 과자는 안 먹겠다 했는데! 오늘은 그냥 나름의 보상 같은 마음이었다.
애썼다 나 자신!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루하루가 주는 소소한 행복들을 감사해하며 살아가자.
완벽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우리는 모두 서투른 시간들을 지나서
곧 완벽해질 테니까.
다들 오늘 하루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