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의별 Nov 24. 2023

푸바오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식지 않는 푸바오 열풍에 불편한 마음

우리나라 사람 중에 에버랜드의 인기 스타 '푸바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푸바오는 혼자서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사육사와의 유대관계 때문에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더 주목받게 되었다. 푸바오를 비롯해 에버랜드 판다 가족의 인기는 식지도 않고 여러 가지 굿즈로 재탄생하며 사랑받고 있다. 스티커, 이모티콘, 심지어 책까지 있다. 사진 속 푸바오는 행복해 보인다. 정말 그럴까.


판다는 멸종위기 동물이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면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렇게 된 원인이 인간들이라는 것까지 이 글에서 다루진 않겠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라고 해서, 판다들을 전 세계 동물원에 뿔뿔이 흩어 보내는 걸, 과연 보호의 목적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비교적 시원한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판다를, 여름이면 30도가 훌쩍 넘는 곳들에서까지 살게 하는 것이 과연 그들을 위한 일일까?



내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을 안 들인 곳이 두 군데 있다. 바로 동물원과 수족관이다. 인간의 재미를 위해, 인생샷을 위해, 구경거리를 위해 동물들이 소비되는 것이 영 마음이 불편하다. 왜 굳이 2017년부터인가 하면, 그때가 내가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며 우리 밖 동물들을 엿보기 시작하면서, 내가 하는 행동과 내가 하는 소비가 지구 반대편에 가져오는 파동을 느끼게 되었다. 매 순간 모든 행동을 조심하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은 꾸준히 신경 쓰며 실천하기로 다짐했던 시점이다. 화장품을 살 때, 가방이나 신발을 살 때, 때로는 아주 조금 번거롭기도 하지만 동물실험을 했거나 동물 가죽이 쓰인 물건은 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노력이 한참 더 필요한 영역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식습관이다. 채식 기반의 식사를 더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육식을 여전히 포기하지 못했다. 조금씩 채식을 더 선택하고는 있지만, 그러기 어려운 사회를 핑계로 나는 육식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만큼은 아니라도, 이렇게 줄여나가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 내게 채식주의자도 아니면서 왜 동물원만 가지고 뭐라고 하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할 말은 없다. 내가 계속 육식을 이어가듯, 누군가에게는 동물원에 가는 것이 비슷한 일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동물원에 절대 가지 마세요’가 아니다. 나는 육식을 하지만 먹을 때마다 나 때문에 희생되었을 동물들을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서부터 언젠가 실천이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동물원에 가더라도 그 동물들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그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같이 노력해 보자고.


정말로 야생에서 생존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원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인간의 볼 권리를 충족시키는 용도로 사용될 뿐이다. 애초에 인간에게 ‘이 세상 모든 동물을 볼 권리’란 없다. 한라산 백록담이 보고 싶으면 한라산을 올라야 하고, 오로라가 보고 싶으면 북극에 가까운 나라들로 향해야 한다. 왜 인간은 동물을 보기 위해 직접 떠나지 않고, 동물들을 인간의 서식지로 억지로 데려오는가. 아이들을 위해 동물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지만, 맥없이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이게 얼마나 교육적일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푸바오가 행복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만큼이나, 푸바오가 꼭 행복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 나 또한 틀릴 수 있다. 푸바오는 푸바오만 안다. 하지만 더 많은 푸바오가 나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푸바오의 행복을 인간이 결정짓는 그런 사회가 아니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설공주는 인물이 아니라 이야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