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골목의 오래된 주택 집을
하얗게 개조한 카페 한 켠에 놓인 테이블에
최대한 꾸민 티가 안 나도록 애쓴
말끔하고 풋풋한 모습의 남자가 마른침을 삼키며 문쪽을 바라봅니다
시계와 문을 번갈아 보다가 바깥의 발걸음 소리에
긴장한 가슴이 더 뛰는 걸 느끼면서 혹시 기다리는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떨리기도 합니다
문에 달린 종을 딸랑이면서 들어선 그녀는 마침 열린 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오후 햇살과 함께 남자의 가슴을 더욱 강하게 뛰게 만듭니다
총총이는 발걸음으로 늦지 않게 약속 장소를 찾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여자는 급하게 오느라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하얀 카페의 모습에 짧게 감탄합니다
평소 좋아했던 하얀색이 가득한 풍경에
저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머금어지고 그렇게 표정을 풀고 나니
차분한 차림의 옷매무새와 자연스럽게 웨이브 진 머리를 정돈할 겨를도 생깁니다
서두른 걸음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이미 와있는 남자의 모습에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걸 느낍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마주 앉아 어색한 인사를 겨우 나누고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남자가 먼저 입을 뗍니다
"여기 찾느라 힘들지 않았어요?"
"다행히 한 번에 잘 찾았어요"
그렇게 어색하지만 조금씩 이어지기 시작한 대화 속에
때마침 점원이 가져다준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조금씩 대화를 끌어주려 노력하는 남자와
부담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맞추려 애쓰는 여자는
서로가 서로의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는 걸 어렴풋이 느낍니다
나무를 가까이하는 일과
꽃을 가까이하는 일을 가진 두 사람
복잡한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신나게 수다 떠는 것보다 조용히 도란거리는 대화를 좋아하는 두 사람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하얀색이어서 이 카페도 좋아하고
하얀색을 좋아해 오늘도 하얀 코트를 입고 나왔다는 두 사람
이렇게 눈이 살포시 내리는 날에는 따뜻한 걸 즐겨먹는다는 식성까지 비슷한 둘은
마침 배도 고프고 근처에 있는 맛있는 가게로 옮기기로 합니다
카페를 나서니 어느새 꽤 쌓인 눈과 어우러진 하얀 풍경에 행복한 기분이 드는 둘은
자기와 같은 표정을 짓는 상대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서로를 바라봅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이 여러 번 계속될 거라 확신하며 상기된 발걸음을 내디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