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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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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Jan 27. 2018

3. 마음의 정류장

단 한 사람 때문에 

어떤 나라 사람 전체가 고맙고 좋기도 하고,

반대로 그 나라 전체에 거부감이 생기며 

꼴 보기 싫기도 하다.

- 한비야《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중 -      


그녀는 앳되고 귀엽습니다. 결혼한 지 2년밖에 안된 젊은 새댁이고, 유치원 교사입니다. 우연히 9시 뉴스에서 유방암 자가 진단법을 따라 하다가, 이상함을 느껴 병원에 오게 되었고,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으나 임파선으로 이미 전이되어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녀가 잘 견딘다는 것입니다. 암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젊은 그녀에게 유방암의 발병과 암의 전이, 그리고 항암치료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잘 견디더군요. 몇 번 병실을 방문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존재가 그녀에게는 큰 힘이었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어머니는 딸의 집에서 함께 살면서 간병과 집안일을 해주고 있습니다. 직장과 결혼생활의 병행으로 힘들었던 초보주부는 어머니가 해주는 정성 어린 밥과 간병을 받으며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미소와 기도를 생각나게 합니다. 입원기간 내내 미사에 참석해서 기도하는 모습과 잔잔한 웃음이 늘 입가에 머물러 있는 고운 분입니다.   

   

한 사람 때문에 온 세상이 기뻐 보이고,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한 명의 의사가 있는 곳이 최고의 병원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좀 더 수월하게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상황 속의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나는 누구에게도‘단 한 사람’ 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세상은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상처 중에서 가장 쓰리고 아픈 상처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입니다. 아픈 가족의 존재가 무거운 짐이 되어 갈등과 고통을 겪는 일은 병원에서 쉽게 만나는 일상입니다. 누구에게나 ‘단 한 사람의 존재’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일상을 그리워합니다. 마음대로 걸을 수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평소에 당연시하던 하루가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일상으로 바뀌고, 나을 것이라는 희망마저 보이지 않으면 삶을 미워하게 됩니다. 미움은 우울로 연결되고 삶의 우울은 우리를 질주하게 합니다.  삶을 원망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횡포를 부리며, 때로는 삶의 극단을 선택하는 길로 폭력적으로 질주하기도 합니다.       

달리고 달리는 고단한 삶의 정류장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달리고 달려야 하는 고단한 삶이 우리를 질주하게 합니다.

삶의 경주로를 달리다 쓰러졌을 때, 함께 해줄 사람이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일어나 다시 달릴 수도 있고,  새로운 계기가 되어 고단한 삶의 트랙을 벗어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은총입니다. 힘껏 축복을 누리고 감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쓰러졌을 때 주위에 도와 줄 사람이 없다면, 

무너진 나를 일으켜 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면?

그때는 내가 ‘단 한 사람의 존재’가 되면 안 될까요?     


내가 그 한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자신의 벗이 되어, 

무너지고 상처받은 마음이 다시 일어서는 

고단한 삶의 정류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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