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행성 Feb 09. 2018

5. 두 사람의 질문

그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입니다.

중년의 남자, 갑작스러운 발병,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선고.

      

첫 번째 남자는 40대 중반의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국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사업이 잘 되어 동남아시아로 진출했고, 아내와 아이들은 외국 유학 중인 기러기 아빠입니다. 제주도와 필리핀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건강검진을 통해 몸의 이상을 알게 되었고 정밀검사를 통해 폐암 말기, 가능 없다는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설정 같지만 진실을 수용해야 하는 그는 표현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병실을 문했을  그는 노했습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운동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폐암에 걸릴 수가 있냐?’머리를 저었니다.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더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꿈 같아. 꿈을 꾸는 것 같아.’ 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그는 최고의 치료법을 찾아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동공이 풀린 멍한 표정과 힘없이 되뇌던 ‘꿈 같다.’ 는 말은 지금도 머릿속을 부유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남자는 언론에 소개된 강영우 박사입니다. 그는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백악관 차관보급 고위공직자가 되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물입니다. 강 박사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중학교 시절 축구공에 맞아 망막박리로 실명하게 됩니다. 아들이 맹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돌아가시고, 의류공장에 다니던 누이도 과로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맹인 소년은 가난과 고아가 된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점자로 영어를 배워 연세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됩니다. 또한 맹아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미모의 여대생과 결혼하여 훌륭한 두 아들을 두었습니다. 장남은 안과의사가 되어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슈퍼닥터에 뽑혔으며, 차남은 법조인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임 법률고문이 되어 2대째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과서 같은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되어, 실제로 중학교 영어교과서에  ‘현대의 영웅’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는 의사로부터 췌장암 선고를 받고 한 두 달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의료진의 선고는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지만, 담담하게 주변을 정리하면서 지인들에게 삶을 정리하는 이메일을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제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합니다. (중략) 여러분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영우 박사의 삶은 너무 아름다운 마무리여서 오히려 비현실적입니다. 생의 마지막에 직면했을 때, 그처럼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속 깊이 머리 숙이게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사회적 역할극을 수행합니다.  남자들은 조직에서 유능한 리더, 가정에서 착한 남편과 좋은 아빠의 역할 수행을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회의 역할극에서 요구하는 배역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선언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내로서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엄마로서 자녀를 보살피다 넌더리가 난 여성들이, 이제는 자신을 찾고 싶다고도 합니다.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내 인생을 살고 싶다”     


병원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삶의 위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부터 본질적인 질문을 받게 됩니다.  ‘너는 누구니?  네가 이룬 것은 뭐니?  너는 무엇을 위해 살았니?’ 건강할 때는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질병이 방문하면, 질문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그 질문에 누군가는 웃지 못하고, 누군가는 미소 지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찾았는지,

자신의 인생을 살았는지,

두 남자의 삶이 묻는군요.    


언젠가 자신의 삶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4. 국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