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고 퇴근하고의 반복 속에 소소한 재미
벌써 첫 출근 후 일주일이 흘렀다.
나는 아침6시 20분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마친 후, 15분 정도 댕구(키우는 강아지)를 산책시킨다.
과연 잠 많은 내가 아침에 출근준비부터 강아지산책까지 모두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었는데
첫 출근하는 날 빼고는 지금까지 무조건 아침에 댕구와 신선한 찬공기를 마시고 있다.
댕구도 이제 나의 부재가 익숙해진 듯 하다.
출근하기 전 종이컵 4~5개 안에 간식을 넣고 잔뜩 꾸겨 집 곳곳에 던져주는데
처음엔 그걸 받고 의아해하더니 이젠 내가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느낌이 든다.
간식에 밀린 것 같아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이제 마음이 놓인다.
8시간동안 아무도 없는 빈 집에 혼자 있는것이 많이 마음에 쓰였다.
마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본적은 없지만)
첫 출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처음으로 8시간을 혼자 있던 우리집 강아지는 밥도, 물도, 소변도, 배변도 하지 않은채 있었다고 한다.(남편은 나보다 집에 일찍 온다)
그 상황에 충격을 받았던 남편은 그 날 이후 오후4시~5시면 집에 와서 강아지 산책을 꼭 해준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고 나서도 산책을 한번 더 한다. 덕분에 우리 강아지는 하루에 3번 산책하는 호사스러운 경험을 누리고 있다.
일주일에 3일은 퇴근 후 테니스코트를 찾는다.
결혼하고나서부터 시작한 테니스가 어느덧 3년째다. 이렇게 이 운동을 오래할 줄 상상도 못했다.
어쨌든 이 운동을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테니스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다. 머리아픈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테니스라는 공통관심사로 묶여 항상 유쾌한 테니스 코트가 좋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운동을 하면 피곤하지 않냐는 사람들도 많은데
오히려 스트레스도 풀리고 몸도 개운해지고 하루를 가뿐하게 마무리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1주일의 출퇴근을 겪고 맞이하는 첫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했다.
집안일을 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점이 있는데 바로 남편이 자진하여 집안일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토요일 오전 7시 반쯤에 먼저 일어난 듯한 남편은 전날 내가 했던 말을 기억했는지 세탁실로 가서 스스로 빨래를 돌렸다. (정말 너무나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섬유유연제 넣는것을 잊어버렸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물론 괜찮다고
섬유유연제 그까이꺼 넣어도되고 안넣어도 된다고 잘했다고 말했다.
빨래도 알아서 척척 걷어 개고, 쓰레기도 알아서 모아 봉투에 담아 묶어둔 남편을 보고 속으로 많이 놀라고 좋았지만 덤덤한 척 했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출근을 앞두고 남편에게 '집안일을 나누자'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 남편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 나를 보고 '알아서 해야겠다' 라는 기특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오랜만에 괜히 뿌듯한 주말이었다. 근처 백화점에 들러 남편이 사고 싶어하던 베이지색 면바지도 사고, 운동할 때 입을 따듯하고 두툼한 기모 자켓도 하나 구입했다.
이렇게 나의 일주일이 흘렀다.
이것이 나의 워라밸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그저 한치 앞만 보고 '돈'이 필요하여 회사를 찾았다.
가능한 나의 전공을 0.1%라도 살릴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고 출퇴근인생 처음으로 9시출근 6시칼퇴근이 가능해지면서 하고싶은 일도 늘어났다.
평생직업은 없다고 하지만 나이 40먹고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근무시간 틈틈이 국가자격증을 찾아보고, 짧게나마 일본어단어를 외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카페도 기웃기웃한다.
모두들 너나할것없이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스무살엔 먹고 살 걱정 없이 참 해맑았는데
서른 살은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