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보호소, 뿌꾸네 가족의 이야기
Zero to One Project 는 새로운 개념의 토탈 반려동물 복지센터, <카라 더봄센터>의 건립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더봄센터를 함께 알리고 당신의 이름으로 지어주세요.
뿌꾸네 가족이 왔다,
죽을 병에 걸려서
인천대공원에서 ‘사람을 물었다’고 누명을 쓴 개가 있습니다. 그 애는 공원 벤치 아래에서 일곱 마리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은 비쩍 여위도록 새끼들은 토실토실 키워낸 개였습니다. 후에 ‘뿌꾸’라는 이름을 얻은 그 애는 새끼들과 나란히 포획되어 지자체 보호소로 갔습니다.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간 동물들은 7일 동안 계류하게 됩니다. 그 사이 보호자를 찾지 못하고, 7일의 공고기한 이후 3일이 더 지날 때까지 입양자가 없으면 동물들은 ‘안락사’됩니다. 공원에서 살던 뿌꾸에게 보호자가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우리는 공고기한이 끝나기 전에 뿌꾸네 가족을 데려가겠다고 보호소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병에 걸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원칙상 동물을 미리 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별 수 없이 뿌꾸네 가족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잘 돌봐달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일반 가정집의 여느 반려견과 같은 따뜻하고 다정한 보살핌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공고기한이 끝나는 날 뿌꾸네 가족을 데리러 갔을 때 마주한 풍경은 너무 비참했습니다.
보호보다는 보관에 가까운 광경이었다고 할까요. 개와 고양이들을 물류센터에 쌓인 택배박스나 다름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서늘한 바닥 위에 놓인 작은 케이지가 그들이 가진 전부였습니다. 어설픈 칸막이 하나 없는 이런 환경에서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절대 막을 수 없습니다. 불길하게도, 뿌꾸네 가족은 그 한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눈치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하곤 합니다. 뿌꾸네를 구조한지 열흘 후 가족 전원이 쓰러졌습니다. 검사해보니 모두 홍역에 걸려 있었고 새끼 중 몇 마리는 파보 바이러스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홍역과 파보 모두 개들에게는 무척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한 질병입니다. 시기상 보호소에서 바이러스가 옮았고 잠복기간 후 발병한 듯 합니다.
부랴부랴 큰 병원에 개들을 입원시켰는데, 그 곳 수의사들은 모두 ‘차라리 안락사가 낫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투병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운데다 살아남을 확률이 극도로 낮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게다가 여덟 마리 개들의 치료비는 천문학적으로 들 것이라고요. 우습고 속상하게도, 지자체 보호소에도 ‘안락사’를 기다리던 개들은 또 다시 ‘안락사’ 앞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1분에 1마리씩
물론 병원에서의 ‘안락사’와 보호소에서의 ‘안락사’의 뜻은 조금 다릅니다. 병원에서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통을 겪는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안락사’라 부르고 있습니다. 반면 지자체 보호소에서는 동물이 아무리 건강해도 공간과 비용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을 죽게 합니다. 전혀 안락한 죽음이 아니고, 사실 이는 살처분이라고 불러야 옳습니다. 약물에 의한 죽음을 피했다고 해도, 글쎄요. 운 좋게 보호기간이 몇 주 더 늘어났더라도 보호소에서 질병으로 죽어 ‘자연사’로 기록될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뿌꾸네 가족이 잘 죽기를 바랐습니다. 좋은 가족을 만나서 행복하게 수명을 누리다 노쇠하여 가족의 곁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병에 걸려 일찍 죽더라도 가족의 품이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구조한 그 애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 삶을 살아가다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일인걸요.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공식적인 통계기록으로 작년에는 총 121,077마리의 동물이 지자체 보호소에 입소했습니다. 그 중 그 중 553,946마리가 죽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숫자, 헤아려보자면 1분에 1마리씩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어쩌면 지금도 시덥잖은 이유로 버려진 동물들이 태어난 죄로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이 이렇게 지리멸렬할진데 존엄한 삶이니 죽음이니 하는 말이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한 마리라도, 한 마리씩이라도 생명을 회복하고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는 동물들에게 손을 내밉니다.
삶이 계속된다는 것
수많은 죽음을 뒤로 하고 뿌꾸네 가족은 모두 살았습니다. 카라가 개들의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고 개들 또한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잘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해맑고 철없이 뛰어다니는 저 애들의 행복은 우리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뿌꾸네 새끼들 중 두 마리는 입양을 가서 새로운 가족과 가을을 맞이해 단풍길을 산책하고 있습니다. 남은 새끼들 중 한 마리는 가벼운 신경증상이 남아 몸을 떨고 있지만, 남매들과 뒤엉켜 으르렁거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함께 걷는 것, 은행나무의 냄새, 정신을 쏙 빼놓는 간식, 쌀쌀한 바람, 혹은 아픈 주사… 개들이 겪는 그 모든 일들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는 뿌꾸네 가족들이 아니더라도, 동물권행동 카라가 구조하지 않는 동물들일지라도 모두 충분한 자원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하고 안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적어도 하루 한두 번은 산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치료받고 교육받아 새로운 삶을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입양을 못 가더라도 죽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에게도 감정과 지각력이 있으니까요. 그들 또한 생명이니까요.
최대한의 선순환
카라는 더 많은 뿌꾸들을 위해 더봄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애정을 쏟기 위해서요. 카라는 그간 보호소 없이 입양카페 아름품, 동물병원, 사무실 등에서 동물들을 돌봐왔습니다. 우리는 이때껏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동물들을 살려왔고 지켜왔습니다. 이제는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동물을 관리하고, 우리의 운영을 국가적 표준으로 제시하기 위해 더봄센터를 건립합니다.
카라는 17년간 건강한 후원자와 투명한 조직 운영으로 노 킬(no kill)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왔습니다. 구조와 입양의 선순환, 청결하고 따뜻한 돌봄이 이루어지는 핵심 공간의 힘은 무척 큽니다. 독일의 티어하임 베를린만 봐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동물보호의 모범적 사례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설과 선진화된 동물보호정책은 수많은 나라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가능합니다. 더봄센터는 그 자체로 훌륭한 보호소이면서, 한국의 동물생산업과 번식업을 강력히 규제하는 문화기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물론 갈 길은 아직 멉니다. 한국 사회 곳곳에 우리와 같이 동물을 잘 돌보는 보호소가 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의 발생을 막아야 합니다. 더봄센터가 건립으로 하루아침에 국가 단위로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절망하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용기를 내서 해야 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우리가 이 때까지 해 왔듯이요.
우리의 역사적인 한 걸음에 함께해 주세요.
카라의 활동가들과 후원자들이 함께 꾸는 꿈은 이제 실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 아름다운 자연 아래 대지 1200평, 연건평 520평, 입소동물 250마리 규모의 더봄센터가 건립 중입니다. 공정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공사가 잠시 멈춘 밤이면 동네 길고양이들이 와서 놀다 가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 늘 필요했던 이 곳, 더봄센터는 2020년 봄이 되기 전에 문을 활짝 열게 됩니다.
다만 지금은 여러분의 도움이 너무나 필요한 단계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정부보조금 없이 100%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구조, 돌봄, 입양, 법정책, 교육, 캠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계속 하면서 더봄센터를 짓는 것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4년간 충실히 준비를 해왔는데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있어야만 우리 사회에 더봄센터가 탄생하고 기능할 수 있습니다. 보호소에서의 비극적인 죽음을 종식시키기 위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더 상식적인 사회를 견인하기 위해 소중한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더봄센터 후원 https://paju.ekara.org/
기타 후원문의 info@eka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