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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Dec 28. 2016

나도 상을 받고 싶다

2016년, 나는 무슨 상을 받을 수 있을까.


2016년이 벌써 며칠 남지 않았다. 매년 연말이면 그렇듯 텔레비전에서는 각종 시상식이 열리고, 잔치가 벌어진다.


언젠가는 가요대전 같은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이제는 없어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냥 일반인으로서 너무나 거리감 느껴지는 화려한 복장과 음악과 웃음소리에 사실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아 연말 각종 시상식을 보지 않은지는 꽤 오래되었다.


생각해보니, 마지막 상을 받은 지가 10년이 넘은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어감은 상을 받을 일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신 자식이 상 받은 것을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딸은 이번에 유치원에서 영어 골든벨 상을 탔답니다. 움하하하하


그런데, 만약 내가 상을 받는다면 어떤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 사랑하는 아빠 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전에는 한 달에 온전히 하루를 가족과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둘째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아내의 권유와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올해는 매주 일요일은 정말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중간에 일을 한 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 1일은 정말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했으니까 울 딸들이 ‘사랑하는 아빠 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상도 받고 싶다. 아내가 들으면 피식 웃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한 해동안 아내의 소중함을 많이 깨달았고, 진짜 내가 사랑으로 아내를 잡고 있구나를 깨달았다.


그리고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상도 받고 싶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손을 놓기 일쑤인 음악 바닥에서 어떻게든 음악을 놓지 않고 있다는 자체로 대단한 것 같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여러 일들을 겪으며, 음악은 나에게 무거운 돌덩이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동시에 망망대해 속의 구명조끼처럼 나를 숨 쉬게 해주기도 했다. 특히 3집 앨범의 곡들을 매달 발매하던 시간은 진심으로 감사했고 행복했고 그만큼 3집 앨범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사실 엄청 힘들다. 마치 ‘포기도 용기야’ 라며 나를 약 올리는 악마가 항상 왼쪽 어깨에 앉아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용기 내서 포기를 할 바에는 뭐라도 해서 어떻게든 3집 앨범과 이그나이트의 음악을 평생 가져갈 것이다. 그게 나의 생각이다.


사실 내 음악을 하는 데, 누구의 칭찬도 상도 필요하지는 않다. 없어도 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가장들이, 많은 노동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당연한 나의 일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칭찬받으면 응원받으면 기분 좋으니까. 내가 나 스스로라도 칭찬 좀 해주고 싶고, 이 글을 적고 읽을 내 부인이라도 날 응원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나처럼 어쨌든 열심히 살고 있는 많은 가장들에게 상을 좀 주고 싶어서 굳이 적어 보는 것이다.


며칠 안 남은 올해 마지막 날에는, 남들 상 받는 거 지켜보지 말고, 가족과 둘러앉아 서로서로 상을 주면서 뽀뽀 한번 하면 어떨까 싶다.


가장에게 가장 큰 상은 역시 가족들의 뽀뽀와 사랑한다는 한 마디니까 말이다.




글, 작성 : 이그나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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