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그나이트 Feb 15. 2019

베토벤도 프리랜서였다

생계가 보장되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음악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순간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포털사이트에 ‘작곡 학원’ ‘작곡 장비’ ‘작곡하는 방법’ 등 검색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검색을 한 후에, 진짜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왜냐면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흔히 취미는 부자들이나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취미를 가지려면 교육비, 장비 구매 등 돈도 들지만, 배우는 시간까지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 한 번 배워볼까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달에 30만 원-100만 원까지 취미를 위해 돈이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어휴, 음악은 취미로 못하겠다” 라며 도망가게 된다.



그런데 취미로 해보려고 하는 사람, 즉, 음악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돈이 없으면 음악을 안 하면 되고, 아니면 가진 돈에 맞춰서 장비를 꾸리고, 짜투리 시간에 음악을 만들면 된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소득의 10%를 사용할 수도 있고, 소득의 90%를 사용할 수도 있다. 상관없다. 본인이 즐거우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취미가 아니라 업으로, 음악인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매우 문제가 된다.


음악이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가 올바르게 흘러가고 있기에 돈을 내고 음악을 듣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좋은 사회가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 곡이 발매되는 현실에서 발매되자마자 내 노래가 선택되고 소비되는 일은 로또 1등만큼이나 희박한 확률이다.


설령 들어준다고 해도 스트리밍 한 번당 아티스트는 10원도 안 되는 금액을 버는 것이 현실이니 웬만큼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배가 고플 수밖에. 


그러니 사업적인 측면에서 음악인을 걷고자 고민하는 가족이 있다면,  “퇴직금과 전재산인 아파트를 걸고 치킨집을 창업하는 환갑의 아버지”를 뜯어말려야 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말려야 한다.


아빠나 삼촌이 서태지나 이수만이 아닌 이상은 일단 말리고 보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고, 나는 재능도 열정도 욕망도 있고, 어쨌든 나 음악 안 하면 평생 후회하고 죽을 거 같아.”라고 생각하는, 

말려도 듣지 않는, 

본인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당신이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






얼마 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베토벤’에 대한 강의를 본 적이 있다.


그 방송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베토벤이 죽을 때까지 꾸준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본인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음악 레슨, 악보 판매, 공연 수익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던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었다.


베토벤 이전에, 음악가는 귀족, 영주, 왕궁 등에 귀속된 노동자였다고 한다. 돈을 주고 음악을 소비하는 유일한 계층이 귀족이었으므로, 귀족, 왕 등의 눈에 들어 연주가, 작곡가로 간택되는 것이 유일한 직업 음악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음악가는 귀족들의 파티, 저녁식사, 티타임 등에 배경음악 연주가 실무의 대부분이었고, 큰 무대에서의 정식 콘서트는 흔치 않았다고 한다. ( 쉽게 말하면 레코드 대신으로 상주하던 리얼 밴드 취급을 당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음악의 발전은 귀족, 왕족들의 입맛에 맞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음악의 발달, 변화라는 것의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베토벤은 ‘레슨, 악보집 판매, 공연 수익’ 등으로 수익을 낸 프리랜서다. 따라서 귀족의 음악 취향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기에 개성 있는 본인의 음악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작가주의 음악, 독립음악, 인디음악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느끼는 중요한 포인트는, 베토벤은 세상을 놀라게 한 새로운 음악을 만든 위대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음악가가,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방법”을 만든 위대한 인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귀족에게 종속된 수익구조에서 벗어났고, 

그랬기에 “자유로운 음악”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세상을 바꾼 음악을 역사에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사실 음악인의 길을 걷기로 생각한 사람이라면 일단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로 고민할게 아니라, ‘내가 저작권, 인세 등으로 먹고살 수 있을 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가난해도 돼.

1년만 해보자. 


가장 비현실적인 다짐이다.


가난할수록 현실이 힘들어서 음악에 집중이 힘들고 

직업 음악인, 스타 뮤지션이 되는 데는 1년이 걸릴지 5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음악인 이전에 ‘사람’이니까. 설날에 조카 세뱃돈 1만 원이라도 주고, 쌀과 김치는 먹을 수 있어야 하고, 헤드폰 끼고 작업할 방도 필요하고, 전기세는 밀리지 않을 최소한의 돈이 안정적으로 들어와야 

“잡생각 하지 않고, 민폐 인생 취급당하지 않고” 음악에 집중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고, 더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했기에

베토벤도 음악으로 성공했다니까!






음악으로 돈을 버는 직업 음악인이 되려면 

‘생계가 보장이 되어야, 음악에 집중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운이 좋으면 음악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


이런 무슨 뫼비우스의 띠 같은 반전에 반전을 가지는 궤변이란 말인가 싶지만

그것이 부조리한 하이퍼 리얼리티를 콕 집은 말이다.


그래서 음악은 어렵다고 하고, 

대부분 내 자식만은 예술인의 길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싫다.

금수저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상황에서, 열정만이 유일한 자산인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음악인, 예술인은 시킨다고 밀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고,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당신이 

그 누구도 막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이 음악인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면,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포기하지 않고 오래오래 도전했으면 한다.

그래야 스타가 안 되더라도 음악인이라는 자체로 당당하고 행복할 수는 있다.


그래도 좋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스타가 아닌, 

당당한 생활음악인으로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렇게 해본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매거진의 이전글 조수미 님의 싸이월드가 존경스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