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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김인숙 Oct 28. 2019

일잘러에겐 소속이 필요 없다

1인기업가의 시작



 컨퍼런스가 한창인 시즌이다. 참가신청서를 쓰려고 보니 이름, 연락처 다음에 ‘소속’과 ‘직책’을 적으라고 한다. ‘비스타’를 쓰고 ‘대표’라고 빈칸을 채웠다. 스크롤을 내리니 해당 분야를 적으라고 한다. 잠깐 멈칫했으나 이내 ‘마케팅/퍼스널 브랜딩’이라고 적었다. 현장에 가 보니 내 이름표가 준비되어 있다. 김인숙이라는 큰 이름 아래엔 비스타 대표라고, 그 아래엔 더 얇은 글씨로 마케팅/퍼스널 브랜딩이 적혀 있었다. 옆을 둘러보니 모든 사람들의 이름표엔 회사와, 직함과 그리고 어떤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지가 쓰여 있었다.


 대한민국은 유독 소속이 중요하다. 나를 물어볼 때 소속은 필수다. 소속이 없으면 바로 ‘백수’ 취급받거나 ‘비주류’로 취급받곤 한다. 반대로 소속이 많아도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나는 일을 시작한 지 8년 동안 무수히 많은 명함을 가졌다. 이 회사에선 마케팅 매니저로, 저 회사엔 자문위원으로, 또 어떤 곳에선 강사로 명함을 만들어 주었다. 명함 하나로 나를 소유하는 기분이었을까?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와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시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기존 디자인에 내 이름과 연락처만 바꿔 기입하면 되고, 인쇄비도 2만 원 안팎이니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사실 그 명함을 쓸 일은 거의 없는데도 왜 그렇게 회사에선 명함부터 만들어주고 보는지 참 이해가 가질 않았다. 덕분에 내 서랍 안에는 다양한 회사의 로고 아래 ‘김인숙’이라고 이름 적힌 명함이 꽤 많이 쌓여있다.


 명함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누구인지’ 알리는 표지판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명함엔 이름보다 회사 이름이나 로고가 크게 박혀 있기 마련이다. 나보단 회사가 더 드러나는 표지판이다. 딱 보면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 명함이 자랑스러울지 모르겠다. 난 그런 명함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명함이 뭣이 중헌디’ 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비스타라는 회사를 만들고 나서는 나도 ‘비스타’의 로고가 크게 박힌 명함을 다른 이들에게 만들어주게 되었다. 막상 해보니 ‘명함 만들어주는 행위’가 꽤 좋았다. 느슨한 프리랜서 조직으로 함께 일했지만 ‘비스타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이는’ 느낌이 좋았다. 아, 그제야 깨달았다. 그 회사들은 ‘명함으로 날 묶어 두고’ 싶었구나. 법적으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순 없으나 ‘우린 한 배를 탄 거야.’라는 티켓 대신 명함을 만들어 준 것이었구나 깨달았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일 잘하는 사람이 하나의 소속으로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기회는 무수히 많고 그 기회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몰린다. 직장인도 자신의 흥미를 좇아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재능을 살려 사이드잡 (side job)으로 추가 수익을 만들어낸다. 회사가 아니라 ‘나’가 드러나는 순간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더 눈에 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 잘하는 사람이 퇴사를 더 빨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은 바깥세상에서 생존할 수 없기에 어떻게든 조직에 남아있으려고 한단다. 일 잘하는 데 조직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직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기꺼이 나오려고 할지 모른다. (물론, 그 조직 이어야지만 내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조직생활이 잘 맞는 사람도 물론 있다. 이런 경우는 예외로 두자.)


 나와 함께 일하는 에디터는 일을 참 잘한다. 비스타 소속이지만 다른 기업의 소속이기도 하다. 모두 프리랜서로 계약되어 있는 상태다. 이 친구가 일을 좀 잘하다 보니 주변에서 함께 일하자며 ‘정직원으로 들어오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종종 받나 보다. 그때마다 큰 고민 없이 거절하곤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더 큰 기회가 많을 텐데 한 곳에 묶이고 싶지 않아요.”


와우, 내가 몇 년 전에 했던 말과 똑같다. 한 곳에 소속되는 것은 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다양한 기회를 가져다주진 못한다. 일을 선택하는 것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하기 힘들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내 눈앞에서 놓칠 수도 있다. 기업에 소속되는 것이 오히려 다른 일을 못하게 되는 ‘족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앞으로 이런 사람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조직을 벗어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막상 시장으로 나와보면 나를, 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능력 있는 아나운서도 프리랜서가 되면 몸값이 훅 뛰지 않는가. 나도 이번 한 달간 새롭게 제안받은 일이 3가지나 된다. 우리 회사와 함께 하자는 제안이 2개, 같이 프로젝트 팀을 이뤄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자는 제안이 1개다. 동시에 나도 프리랜서들에게 함께 팀을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을 했고 함께 일을 추진 중에 있다. 한 곳에선 내가 리더이자 기획자지만 다른 곳에선 강사가 되기도 하고, 마케터가 되기도 하고, 퍼스널 브랜딩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한다. 모두 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다. 기꺼이 수락하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 재주가 많은 사람에게 지금 시대는 오히려 많은 기회를 가져다준다. 나를 ‘소속이나 직책’ 한두 줄로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억울하다. 하고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날 하나의 소속으로 가두지 말자. 기회의 바다에 날 기꺼이 던져보자.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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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매니지먼트 be.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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