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재주가 많으면 굶어 죽어

1인기업가의 일

어머, 이건 내 이야기야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온통 자기 이야기라며 수천개의 공유가 된 콘텐츠가 눈에 띄였다.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열정에 기름붓기>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었다. 테드(TED)의 인기 강연 ‘어떤 사람들에겐 하나의 천직이 없는 이유’의 이야기를 카드뉴스로 풀어낸 것이었다. 나 역시 그 내용에 굉장히 공감했으며, 동시에 페이스북 공유 숫자를 보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곧바로 원본 영상을 찾아보았다. 에밀리 와프닉은 그 영상에서 ‘다능인(multipotentialite)’을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은 사람이다. 다방면에 관심이 있고 심지어 꽤 잘하기까지 하는 사람, 반면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해 산만하다거나 끈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나도 공유 대열에 줄을 섰다. “나도 다능인이에요.”라고 동시에 커밍아웃을 했다. 다능인으로 추정되는 몇몇 지인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었다. 역시나 이들도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저도 다능인이군요! 바로 영상 보러 가야겠어요’ 내가 떠올렸던 이들은 과거에 나를 찾아와 “끈기가 없는 것 같아요. 하나를 정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던 이들이다. 그때마다 다는 이렇게 말 해 준다.


 “꼭 하나를 결정해야 할 이유가 있어? 아마 결정하기 힘들걸? 지금 이걸 해야지 마음 먹어도 또 새로운 게 보일테고, 그럼 또 그걸 하고 싶어질거야. 억지로 하나를 결정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마음이 과연 편할까? 계속 곁눈질 하느라 정신 없을걸? 그냥 관심사들을 넓게 두루두루 살펴봐. 공부한다고, 경험한다고 손해볼 건 없잖아. 그게 당장 일이나 돈으로 연결이 안되면 어때? 언젠가 써 먹을 데가 오겠지. 여러 우물울 파다 보면 언젠가 하나쯤은 좀 더 깊게 파고 싶은 우물이 보일지도 모르고, 또 얕게 팠던 우물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 넓고 깊게 확장될 수도 있어.”


 다능인과 비슷한 말로 N잡러라는 단어도 종종 보인다. 말 그대로 직업이 여러 개라는 뜻인데, 과거의 투잡, 쓰리잡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투잡이라는 표현에는 보통 ‘생계를 위해’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직업을 뜻하는 N잡러에는 취미 및 자아실현을 위해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말이다. N잡러는 평생직장, 평생직업이 없어진다는 말과도 맞물린다. 지금의 직장, 하나의 직업으로는 평생 먹고 살 수 없기에 다양한 일을 미리부터 탐색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어쩌면 나 같은 다능인에게는 요즘 시대가 반가울 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시대에 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팔방미인을 꿈꿨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공부도, 노래도, 운동도 잘 하는 학생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체능에는 큰 소질이 없었지만 다행히 공부에는 꽤 소질이 있어 두루두루 좋은 성적을 받았다. 국, 영, 수, 사, 과 다섯과목 모두 항상 90점 이상은 받았다. 덕분에 평균점수가 높았고 반에서 등수를 매기면 거의 5등안에 들곤 했다. 경영학과에 진학한 이후에도 세분화된 11가지 전공 수업 모두 B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뛰어나게 잘 하는 과목도 말도 안되게 뒤떨어지는 과목도 발견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다 잘해서 좋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항상 그게 고민이었다. 잠깐 사범대에 갈까 생각했을 때에도 국어, 수학, 사회 선생님 중 어떤 과목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었고 경영학과 내에서도 이후 진로를 생각하면 그 어떤 것에도 특출나지 않아 막막했다. “인숙이는 뭘 하든 잘 할거야.” 주위사람들의 이 말이 결코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해야 한단 말인가?;


 우여곡절 끝에 ‘마케팅’과 ‘교육’이라는 두가지 분야로 좁혀서 일을 시작했다. 전공과목 중 가장 재미있었던 마케팅, 말 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알려주기를 좋아하는 재주를 살려 시작한 교육. 이 두 키워드 안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인숙씨 열심히 사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 하는 사람이에요?”


 동시에 이런 말도 들었다. 


“인숙아, 재주가 많으면 굶어 죽어. 하나만 정해서 열심히 하도록 해.”


 심지어 이 말을 해 주신 분은 대학생들에게 커리어 상담을 해 주시는 교수님이었다.


 재주가 많으면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 열심히 사는 건 좋아 보이지만 그래서 구체적으로 너가 하는 일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을 시도때도 없이 만났다. 이 말에는 한 가지 일을 이야기 해달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딱 정해진 일 하나에 정착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이해하기 쉬우라고 내가 내 직업을 하나로 정할 이유는 없다. 


 재주가 많으면 굶어 죽는다고? 난 재주 한 가지, 한 가지를 조금씩 활용하여 다양한 일을 하고, 또 거기서 다양하게 돈을 벌고 있다. 지금까지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그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한걸로. 


 재주가 많으면 더 잘 먹고 잘 산답니다.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 개인 블로그 : http://bestarbrand.blog.me/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reamingkis/

 * 유튜브 (뭐해먹고살지?) : http://bit.ly/2Phvn84


브랜드 매니지먼트 be.star

 * 홈페이지 : http://www.bestar.kr

 *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rgram.com/bestar.kr 

이전 08화 무엇을 '할 수 있나’ 보다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