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무슨 연유로 왜 이런 생각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내가 한 만큼 인정받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딱 그만큼, 내가 한 만큼 버는 삶을 살고 있다.
어릴 땐 시급 1,000원을 받고 아파트에 전단지를 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콩을 먹으면 돈이 생기기도 했다. 콩을 싫어하는 나에게 엄마는 콩 1개당 100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입학하기 전 난생처음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술집에서 일 하는 게 무서워 단짝과 함께 일 했다. 시급을 반만 줘도 되니 우리 둘이 꼭 같이 일하게 해 달라고 사장님을 졸랐던 걸로 기억한다. 시급은 낮았지만 새벽까지 즐겁게 일하고 매장의 술을 꺼내 실컷 마셨다. 당시 편의점 알바는 시급 1500원이었는데 술집이라고 2500원까지 쳐 줬다.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과외로 돈을 벌었다. 아빠의 지인의 딸을 처음 맡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한 명이 둘이 되고, 어느새 네 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이 되었다. 2500원을 받던 불과 몇 달 전과 비교도 안되기 높은 시급을 받으며 용돈을 벌 수 있었다. 이 때, 이왕이면 시급이 높은 일을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스물한살 땐 친구 따라 다단계 회사에 갔다. 그 곳에서는 6개월만 고생하면 월에 1천만원씩 벌 수 있다고 했다. 이론상 가능한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은 나에게 벌어지지 않았다. 절대 다수는 돈을 못 벌지만 상위의 소수는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역시 불로소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이후 과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고 싶어 옷 가게를 택했다. 무형의 가치가 아닌, 눈에 보이는 상품을 직접 팔아보는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주 6일,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한달에 130만원 남짓의 돈을 벌었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할 무렵 IT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싶어 집 근처에 있는 배달 어플리케이션 회사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다. 전단지에 있는 메뉴를 전산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짜장면 1그릇은 5000원인데 곱빼기는 얼마인지 쓰여있지 않아 직접 매장에 전화를 걸어 곱빼기는 얼마인지, 탕수육 세트는 얼마인지, 짬뽕을 추가하면 얼마인지 물어봐야 했다. 배달 앱의 개념이 생소했던 시절이라 사장님들에게는 고객인 척 은근슬쩍 물어보는 식이었다. 과외에 비해 돈은 적었지만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아 만족하며 일했다.
한번은 그 회사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다. 전단지마다 코드가 적혀 있어서 누구의 것인지 추적이 되는데, 신규가입자 유치를 많이 하면 가입자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생이 함께 도전했고 나는 당당하게 매출 1위를 기록 해 짭짤한 부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옷가게에서 일할 때 3개월만에 해당 브랜드의 전국 매장 중 매출 4위를 찍었지만 내 월급은 변함이 없었다. 역시 실력만큼 돈을 받는 게 합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퍼스널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나의 첫 파트너이자 클라이언트였던 친구와도 퍼센트 계약을 했다. 나와 함께 해서 만들어지는 수익의 일정 퍼센트를 달라 말했다. 나도 내 실력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돈 한푼 받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결과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액수를 받았다. 내 실력을 증명한 후 대가로 받는 돈이라는 생각에 뿌듯함이 배가 되었다.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면 명절 상여금도 없고, 주휴수당도 없다. 몸이 아프면 일을 못하고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 공휴일이 많으면 일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들고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그럼에도 나는 일 한 만큼 버는 이 방식이 좋다. 명절이 있으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 몸이 아파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결혼 이후에도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지, 육아를 하면서도 수익이 줄어들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일찌감치 고민을 했고 차근차근 방법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적게 일해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사실을 일찍 깨달아 차라리 다행이다. 온 몸으로 부딪혀 성과로, 결과로만 인정받는다. 덕분에 끊임없이 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이라는 보호막이 없기에, 동료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없기에 포기하는 게 아니라, 불안정한만큼 실력을 키우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삶의 태도를 몸에 익힌다면 어느새 무서울 게 없어진다.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