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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김인숙 Nov 03. 2019

거절도 실력이다.
당당하게 No를 외치자.

특히 20대 프리랜서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내 능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왜 반대로 날 도와준다고 말하는거죠?


20대 후반, SNS에서 꽤 시끄럽게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다녔더니 그 모습을 퍽 좋게 본 사람들이 많았는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상대방은 보통 날 열정적인 20대, SNS영향력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커피 한잔 하자'고 연락이 오면 거절하면 안되는 줄 알았다. 상대방은 한 회사의 대표이거나, 교수님이거나, 혹은 꽤 인지도있는, 잘나가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윗사람이, 어른들이 만나자고 하면 당연히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와 이런분이 왜 날 만나자고 하는거지?'라며 기대감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너한테 도움 될 것 같아서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거야.
내가 도와줄게.”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만남에선 수없이 많은 제안을 받았다. 한 교수님은 자기가 연구하던 내용이 잘 풀리지 않자 그것을 나에게 같이 만들어보자 말했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반대로 말하는거다.

 

"이걸 경험하는 것 만으로도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이게 완성되면
얼마나 기회가 많아지는 줄 아니?"


처음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한 두 번 따로 만나 뵈었다. 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차례 만남을 통해 이 분이 나를 이용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의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조금씩 발을 빼려하자 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인숙아, 재주가 많으면 굶어 죽어. 하나에 집중해야지. 이 프로젝트가 너에게 딱이야."


나와 함께하기위해 굳이 내가 하는 다른 일들까지 폄하하는 그분과 더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몇년이 지난 지금, 그 프로젝트는 완료되었지만 딱히 기회가 많아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난 다양한 재주 덕에 즐겁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


안면도 없는 나에게, 굳이 괜찮다는데에도 책을 보내주고선 추천글을 쓰지 않았다고 대놓고 불편함을 내비치는 분도 있었다. 차라리 대놓고 '책 후기가 필요합니다! 도와줄 수 있나요?' 라고 말씀하시지. 점잖은 척 다 하고 뒤에서 욕할 건 뭐람.



본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인지도가 있다고 권위를 앞세워 나에게 부당한 제안을 할 때마다 나는 당당히 No를 외쳤다. 말 그대로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제안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제안'인데 정당하게 '너의 시간과 노력, 재능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가 불편했다. 열심히 일을 해 줘도 '그들의 공'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들 말대로라면 '이 모든 것은 나에게 도움되는 경험'이 될 것이고, 난 그 기회를 준 그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 뻔했다. 아, 이 과정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이야기는 항상 쏙 빠져있었다는 것도 핵심이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그래도 꽤 잘나가는 분인데, 나보다 어른인데 내가 무례하게 군 것은 아닐까 의기소침해졌다. 업계가 좁은데 눈 밖에 나면 나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는 잘 살고 있다. 나는 결코 무례하지 않았다. 그들이 No라는 의사표현을 무례하다고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위에 프리랜서가 많아지면서 이것은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면, 하지만 실력이 출중하다면 이와 유사한 일을 많이 겪더라. 특히 20대 프리랜서들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착취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 모든 게 다 너에게 도움될 것이라는 다정한 말은 항상 함께였다고 말한다. 이력 한줄, 경험 한줄, 혹은 나와 함께 했다는 것을 대단한 것처럼 내세워  '이게 다 너에게 도움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거다. 예의 없어 보일까봐 혹은 불이익을 당할까봐 거절하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가며 힘겹게 일을 한 경험이 이렇게 많다니, 들으면 들을 수록 놀랄 일이었다.


덕분에 업계에서 유명하거나 TV에 나오거나 책을 냈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우러러보지 않게 되었다. 더이상 내가 직접 만나보지 않고는 결코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위아래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나와 결이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그 마음으로 지난 수년간 NO를 외치고 다녔더니 결과적으로 결이 맞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일하고 배우고 있다. 


걱정했던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내 능력이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말해 주시고,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좋은 사람도 많다. 이왕 내 시간과 노력을 쓸거라면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부당한 제안은 거절해도 된다.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의 지위와 힘에 눌리지 말자. 절대 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실력이 있다면 분명 찾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이 말을 믿어도 된다. 진짜다.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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