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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Dec 13. 2022

매일 죽고 매일 살아야 하는 삶

그림을 그리다

넷플릭스 가입 전에는 TV에서 나오는 영화를 즐겨 봤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영화를  보고   때도 있었다. 정말 뽕을 뽑는구나 싶을 정도로  영화를 계속 반복해서 상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 아이덴티티' 그렇고 '런던 해즈 폴론’ 그렇다. 쓰려고 하는 '에지 오브 투모로우' 지금도 인기 재방영 영화에 속한다.  번을 보고   덕분에 '반복되는 ' 대한 나름의 해석을 갖게 됐으니 뭐든 why not?이다.

'에지 오브 투모로우'는 오늘과 내일의 중간이란 의미인데 '타임 루프(time loop)' 즉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설정이며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친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탈영병 취급을 당해 격전지로 보내지게 된 상황에 놓인다. 제대로 훈련 없이 급하게 전투에 투입되고 외계 로봇과 싸우다 전사하는 데 눈을 뜨면 격전지에 떨어지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전투에 나가자마자 죽는 날이 반복된다. 눈 뜨면 격전지, 싸우다 죽고 또 눈을 뜨고 싸우다 죽는다.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하루! 반복되는 전투 환경 속에서 주인공은 조금씩 싸움 스킬과 전략이 늘어난다.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드 죽으면서 아차! 다시 살아나 눈뜨면서 "다시 시작해야겠어!" 외친다. 폭탄속으로  나아가다 다시 죽는 반복이 되풀이된다. 그렇게 '타임 루프(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여주인공 리타와 서로 협력해 외계 로봇을 물리치고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영화이다.




남편은 IMF 후 외국인 회사 월마트를 다니고 있었다. 월마트 기업문화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와 상사를 영어 닉네임으로 불렀으며 월말 직원들이 상사 평가를 할 정도로 미국스러웠다. 남편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월마트 문화에 잘 맞았고 그 시절이 삶의 전성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월마트의 창고형 대용량 상품 판매 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 소비문화에 맞지 않아 매출에 고전을 겪었다. 코스트코가 우리나라에서 성황리에 자리 잡은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문화를 간파한 이마트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월마트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 남편이 다니던 시기 회사가 곧 철수할 거라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사원들은 믿지 않았다. 사원들에게 철저히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남편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을 회사 문 닫는 날 알았다. 철수 통보를 당일 메일로 받고 그걸로 끝이었다. 임원들은 해고였고 사원들은 신세계, 이마트 등 신세계계열 회사로 흩어져 고용 승계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남편의 직장은 이마트를 거쳐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큰 고비를 넘긴 ing 생명 보험회사를 거쳐 3년에 한 번씩 예기치 않은 변화로 회사를 정리하고 쉬다 다시 일하다 2-3년 되면 그만두는 반복이 계속되었다. 돌아보면 개인적인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보다 회사 사정으로 직장을 정리했던 적이 많았다. 그렇게 15년 동안 3년 일하다 무슨 이유든 그만둬야 할 상황이 생겼고 한동안 놀면서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반복이 이어졌다.




'에지 오브 투모로우'를 반복해서 보면서 삶이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눈 뜨는 하루가 격전지요, 살아야 하니까 직장 나가 일하고 잘리면 톰 크루즈가 영화에서 했던 대사처럼 "다시 시작해야겠어!"를 외치며 일을 구하는 반복이다. 남편의 실업자 생활을 나도 여러 번 겪다 보니 적응하는 스킬과 전략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놀고 있는 남편과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불안과 두려움이 삶을 덮어 일상생활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남편이 잡을 구하기 1년 반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미세 석화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악성이 아니라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지만 지인은 미세석회화 유방암으로 항암치료까지 받았다. 반복되는 생계의 불안정으로 인해 죽을 것 같이 불안해하는 나를 자녀들이 더 걱정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요즘 남편이 다시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 그동안 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이 낳은 실제 하지 않는 감정임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일로 내 삶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내면의 힘을 갖게 되었다. 두려움에 도망가지 않고 똑바로 보고 비우는 순간 삶은 그냥 하루치 눈 떠서 격전지에 투입되었다가 하루치 삶을 살고 눈을 감는 연속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시작해야겠어!"라고 다짐하는 남편에게 묻는다. "반복되는 직장 입사와 마무리를 거듭하면서 당신이 얻은 싸움 스킬과 전략은 뭐야?" "지난번 경험과 똑같이 되풀이되는 건 어떤 건지 알고 싶고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야?" 물어보고 싶다.


우리는 날마다 죽고 날마다 눈을 뜨고 하루를 산다. 어쩌면 매일 죽고 매일 눈뜨고 살아간다는 말이 맞다. 매일매일의 똑같은 시간, 상황의 반복이 삶이다. 그러니 매일 "다시 시작해야겠어" 매일이 다시 시작하는 삶인 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매일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매일 죽고 매일 살아야 하는 삶이 고통스러운가? 선물 같은가? 지금 당신은 어떻게 느끼는지 듣고 싶다.

나는 남편의 되풀이되는 삶의 반복, 타임 루프 상황 속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함께 찾고 있는지? 분명 그 상황에 늘 함께 엮여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반복과 되풀이 되는 상황에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복을 통해 어떤 스킬을 배우고 전략을 습득했는지 나에게 묻는다. 되풀이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 펼쳐진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할텐데 내가 다르게 보고 다르게 선택할 부분이 뭘지 고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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