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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백수 방쿤 Jan 17. 2023

Do you know Pickleback?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바 호핑

이게 칵테일이라고?

    바 호핑에 앞서서 피클백 얘기를 하지 않을수가 없다. 당신이 이미 이 맛을 안다면 풍부한 칵테일 경험이 부러울따름이고, 아직 맛을 보지 않았다면 더더욱 부러울 뿐이다. 두 잔의 샷잔으로 구성된 혜자 칵테일을 내 마음대로 조합해서 먹는 피클백은 보통 주문하면 위스키 한 잔과 피클쥬스 한 잔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위스키 한 잔을 털어넣고, 짜르르 하게 올라오는 위스키 향을 피클쥬스를 털어넣어 덮어버리는 구성이다. 일반적인 슈터 칵테일이 이미 완성되서 나온다면, 피클백은 마시는 사람의 취향껏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뉴욕의 Oyster Pickleback과 가볍게 셀프로 먹어본 피클백

    몇몇 바에서는 자체 레시피로 피클쥬스도 직접 담그고, 피클백에 살짝의 변주를 가미하기도 한다. 또한 적절한 피클쥬스와 엔트리급 위스키가 있다면 집에서도 손쉽게 먹어볼 수 있다. 피클쥬스는 일반적인 피클 보다는 매운 맛의 피클쥬스가 좀 더 잘어울리는듯 하다. 기본 피클즙이 있다면 타바스코 소스를 살짝 타도 괜찮다. 그렇다고 피자 시키면 주는 달기만한 피클즙은 소용이 없다. 치킨무 국물도 안된다. 정말 피클에 진심인 미국산 피클즙과 버번 위스키 혹은 제임슨 위스키로 시도해보자. 보통은 위스키를 다 넘긴 후 피클쥬스를 따라 마시는 형태로 마시지만, 몇 잔의 피클백을 마셔보니 위스키를 반 정도 넘기고 반을 입에 남긴 후에 피클쥬스를 입에 넣어 입 안에서 믹싱해주는 형태로 마시면 좀 더 드라마틱한 맛을 즐길 수 있더라. 물론 이건 방쿤의 취향.




    피클백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이번 미국 여행에서 만난 가장 짜릿하고 새로운 칵테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놀라운 칵테일을 만나게 된 바가 바로 노스 캐롤라이나에 있었다.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채플힐에서 잠깐이라도 들렀던 모든 바에 대한 회상을 나누고자 한다. 


가볍게 몸을 달궜던 맥주펍

    첫 시작은 수제버거를 먹은 후 근처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Linda's bar and grill 이다. 다양한 안주와 수제맥주들을 파는 곳인데, 필스너부터 괴즈까지 다양한 주종을 취급하고 있어 취향에 맞춰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조명이 밝고 모두에게나 편안한 분위기라 망설이지 않고 들어설 수 있었다. 안주로는 치즈를 얹은 Tots를 먹었는데 사실상 푸틴(사람 아님)같은 질감으로 맥주에 찰떡궁합이었다. 낯선 동네에서 의지할 곳 없을때 맘편히 들러서 동네 친구를 만들 수 있을법한 푸근함에 몸도 마음도 사르르 녹았다. 


뜬금없는 뜨또와 만난 Zog's

    다음은 미국치고는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놀랐던 Zogs Pool. 당구다이와 몇몇 오락기가 놓여져 있는 미국 동네 바였다. 맥주 세 캔에 $10을 지불했는데, 서프라이즈 비어라는 메뉴가 좀 더 저렴하다. 그런데 맛이 정말 뭐랄까, 행주 빤 물에 식초를 섞은듯한 괴랄한 맛이라 너무 놀라서 사진도 찍지 못했다. 핀볼 기계가 있어서 동전을 넣었는데 작동하지 않아서 사장님이 동전을 환불해줬던 아쉬운 장소. 다시 들를 의사는 없긴 하지만, 미국이어도 대학교 앞은 저렴한 술집이 있구나 라는걸 알게된 곳이다. 지금 보니 이 곳, 업종이 당구장으로 되어있네. 당구칠 수 있는 술집이 아니라, 술 파는 당구장인듯 하다 하하. 

그 사람 여기 없어요

    다음은 마이클 조던의 단골 술집이었던 He's not here. 여긴 들어가서 마셔보진 않았는데, 가게 이름과 유래가 재밌어서 지나가다가 찍고 갔다. 사람들이 가게에 조던 있는지 하도 물어봐서, 없을때 마다 전화에 대고 'He's not here.' 라고 대답하던게 밈이 되었다고 한다. 뜰도 널찍해서 실제로 UNC에서 단과대나 동아리별 큰 행사를 할때 전체 대관해서 논다고 한다. 날이 춥지 않으면 야외에서 시끌벅적하게 노는 장면을 볼 수 있을듯 하다. 나도 대학 다닐때 학교 앞에서 동아리 전체 대관해서 마시는 호프집들이 많았는데, 딱 그런 용도의 술집 같다. 그리고 조던은 없었다. 


Home Bar

    이대로 자기 아쉬워 한 잔 했던 구성. 탈리스커는 여행 내내 다 마시지 못하고, 사촌처제에게 주고 왔다. 한국에서 갖고간 두 병의 소주가 작은 위안이 되었길 바라며. 


닉값하는 Arcade

    채플힐 바 호핑 중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The Baxter Arcade. 미드 '기묘한 이야기'를 보면 오락기가 쫙 놓여져 있는 80년대 미국 오락실 장면이 나오는데, 딱 그런 갬성이다. 다양한 오락기와 핀볼 머신이 있어서 경험해본 적 없는 노스탤지어에 젖어볼 수 있다. 하필 방문했던 날 무슨 행사였는지, 모든 오락기가 무료로 제공되어 원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맥주 종류가 다양한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 흑맥주가 정말 맛있었다. 방문한다면 당신에게도 Stout를 권한다. 고전 오락실 게임을 좋아하거나, 핀볼 게임을 즐겨보고 싶은 분들에겐 정말 추천한다. 


심지어 클럽도 있다
클럽이 이렇게 텅텅 비어있으면 어떡해

    심지어 클럽도 있다. Still Life Chaple Hill. 대부분의 클럽이 지하에 있는데, 스틸라이프는 2층에 있는게 신기했다. 방문했던 날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성별과 무관하게 무료 입장이었다. 음악은 무난하게 놀기 좋았으며, 칵테일은 기대하지 말고 그냥 취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면 좋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데 단점은 사람이 너무 적다. 아무래도 채플힐의 핫플레이스는 따로 있는 만큼, 잠깐 놀다가 진짜배기 핫플로 놀러갈 수 밖에 없었다. 아, 클럽 근처에서 팔던 노점 핫도그는 꽤나 괜찮았다.

노점은 노점인데 비건핫도그도 팔고 카드도 된다
The Crunkleton

    보석같은 스팟이지만, 살벌한 가격으로 인해 이번 바 호핑 3위에 머무른 The Crunkleton. 잔마다 가격은 다르지만 보통 4잔 마시면 팁 포함 $100 정도는 각오하고 마시는게 좋다. 물론 칵테일 퀄리티는 가격을 상회하니, 방문 할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다양한 칵테일에 도전해보자. 노스캐롤라이나 샬럿과 채플힐 두 곳에 있는데, 사장님 성함이 Crunkleton이다. 마치 내가 한국에 바 '방쿤'을 열고 영업하는것과 같으려나. 이 바에서는 위스키 칵테일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계절마다 칵테일 레시피와 메뉴 구성이 일부 변경된다. 

몇 잔을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지금 보니 계량도 안하시네 상남자.....

    모든 바텐더가 수염을 기르고 보타이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바 구역과 바텐더만 보면 굉장히 어센틱 하지만 분위기는 왠만한 펍 저리가라다. 특히 갔던 기간에 단체 예약이 많아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칵테일 이름 밑에 모든 재료가 적혀 있으므로, 맛을 미리 상상하며 주문한 후 그 맛이 그대로 나는지 새로운 조합에 놀랄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맡긴다. 우리 동네에 있었다면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들러서 지갑을 거덜냈을 것 같기에. 채플힐에 크렁클톤을 두고온 것은 아쉽지만 다행이다.


채플힐 인싸들의 성지, Goodfellows

    가장 맛있는건 아껴먹듯, 가장 그리운 곳을 소개한다. Goodfellows. 이곳은 거의 매일 밤 출첵하듯 다녔는데, 사촌처제가 피클백을 마셔보라며 권한 곳이 바로 여기다. 클럽조차 휑하게 만드는 굿펠로우즈는 항상 춤과 음악이 함께 하는 곳이라 사실상 바와 펍을 가장한 스탠딩 클럽같은 곳이다. 물론 테이블 비용은 따로 없다. 거의 매일 핫타임에는 행렬이 이어지지만, 그 중에서도 매주 수요일이 가장 핫한 날이다. 수요일이면 Karaoke Night이 진행되는데, 신청곡을 받고 노래방 기계로 틀어준다. 물론 모든 노래가 있지는 않기에, 당신이 컨츄리 뮤직을 좋아하고 즐겨 부른다면 정말 천국처럼 놀아볼 수 있다. 아쉽게도 나는 락과 메탈을 부르려다가 삼고초려로 모두 실패. 아니 미국 가라오케에 Judas Priest 노래가 없는게 말이 되나? (애초에 페인킬러 부르겠다고한 내가 나빠) 


수요일 밤을 여는 DJ 형님

    굿펠로우즈에 가면 스파이시 피클백으로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궈준 후, 나오는 노래에 맞춰서 신나게 춤추면서 놀면 된다. 위아더 월드-위험한 사람 하나 없이 다들 편하게 즐기고 논다. 비교적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지만, 딱 내가 열어주는 만큼만 다가오기에 불쾌함 없이 놀 수 있다. 너무나 좋았고, 더 나누고 싶은 자료들이 많지만 아내와 사촌처제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므로 따로 영상을 더 올릴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음주가무에는 능하지만, 이런 퍼블릭 가라오케바는 정말 드물어서 미국이기에 즐겨볼 수 있는 멋진 경험이었다. 


또 봐, Goodfellows.




    노스캐롤라이나는 우리나라 야구 팬들에게 일부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공룡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도시의 이니셜이 NC인 관계로 우리나라 프로 야구팀 NC 다이노스와의 인연이 깊다. (관련 뉴스 : NC, 미국에 천만팬 생겼다) 그러나 여행지로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아마 앞으로도 여행을 목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에 굳이 가는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나 역시 일반적인 신혼여행이었으면 절대 갈 수 없었던 곳에 가보고, 살면서 가볼 수 없던 바를 동네에서 맘편히 들르듯 다녀본 경험은 정말 신선하고 놀라웠다. 다만 사람이 살고 밤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훌륭한 바 하나 쯤은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고 온 여행이었다. 부디 여러분이 언젠가, UNC 때문에라도 채플힐에 들를 일이 생긴다면, 반년차 대학원생 사촌처제가 추천해준 놀라운 장소들에서 깊고도 즐거운 밤을 보내보는건 어떨까. 하루도 취하지 않은 날이 없던 노스캐롤라이나는 다음 미국에도 반드시 들러볼 예정이다. 두고 오기엔 너무나 아쉬웠던 바들이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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