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2025년 1월이 되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들이 오가곤 한다.
오늘은 2024년이 지나고 2025년 1월 1일이다. 나도 새해 계획을 세워야지 했는데 커피쿠폰도 마침 만료일이 오늘까지였다. 공짜 커피를 마시며 오랜만에 느긋하게 시간 보낼 생각에 기분 좋게 카페로 향했다.
이제 나는 36세가 되었다. 삼십 대 중반이 넘은 것인데, 삼십 대 중반과 초반은 어감이 다르다. 초반은 아직 20대와 어떻게 하면 함께 묶일 수도 있는 나이지만, 이제 36세면 만 34, 생일 지나면 만 35세다. 나라에서도 청년으로 보지 않는다. 대부분 청년혜택은 만 34세 이하인 경우가 많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정말 30대 이후부터는 한해 한 해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아직 내 마음은 20대 청춘인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머리 희끗희끗한 파파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음만은 이팔청춘이시지 않을까.
카페에 도착한 후 2025년 새 다이어리를 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했다. 항상 계획을 세울 때면 이루고 싶은 멋진 꿈들을 화려하게 펼쳐놓았었다. 마치 그 계획들이 실현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만큼은 멋진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며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작심삼일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과거의 나는 계획을 세울 때 항상 거창하게, 마음껏 채워 넣는 그 기분을 만끽했었다.
그런데 이번 새해 목표는 조금 다르다. 달라지고 새로워진 나를 위해 목표를 빼곡히 적어 넣는 것이 아닌 오히려 새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그래도 꿈은 크게 가지라 했으니 거대한 포부와 열정으로 새해를 열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할 수도 있다. 예전의 나 역시 늘 그랬다.
예전에는 무언가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고, 늘 무언가 성취하기 위해 분주했다. 매년 의욕이 넘쳐 힘차게 달려갔었는데, 어느 순간 무작정 달리는 것이 꿈을 향해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무언가 부지런히 하고 있다고 보일 뿐, 내 안의 진짜 실력, 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것과는 별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오히려 전력질주하는 것보다 오래 더 길게 달리는 마라톤이 더 어려운 일이다. 내가 뭔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을 절제해야 하며, 새로운 일은 짜릿하고 설레지만 늘 하던 일은 지루하고 정체되어 있을 때 오는 불안감을 견뎌야 한다.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무언가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단거리 달리기로 살아왔던 인생 전략을 수정해보려 한다. 새로일을 도전하기보다 지루함을 견디고 깊이를 더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성공보다 건강을 챙기고, 보여지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해봐야겠다.
이렇게 올해 계획을 마음먹은 이유는 곧 시험관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크긴하다. 결혼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 아기천사가 찾아오지 않았고, 인공수정을 2회 차 진행하였지만 실패했다. 다음 단계로 시험관을 준비해야 하는데 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반강제적으로 쉬어야하고 무리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에, 이런 새해 계획을 세우게 되었지만, 이 또한 오히려 좋다. 늘 분주하고 무언갈 향해 쫓아가는 삶을 살아온 나에게 한 템포 쉬어가며, 내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몇 시간 투자해서 돈 버는 방법, 각양각색의 부업 방법 등 끊임없이 무언가 해야 한야하고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그런 영상들이 쏟아진다. 나 역시 이런 자기 계발을 참 좋아하고 쫓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쫓아도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던 것 같다. 올해는 넓어지기보다 깊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2025년 새해목표>
1. 식단 관리하기, 영양가를 챙겨서 2끼 이상 먹기
2. 블로그 대행 업무, 재능 플랫폼을 벗어나 자체 채널에서 2건 정도 문의받아 보기
3. 꾸준한 독서와 브런치 글 쓰기 (+소소한 도전으로 유튜브 영상 2개 정도 만들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