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눈칫밥을 먹습니다.

아기를 낳고 달라진 일상.

by 써니플래닛

아기를 낳고 나서 어떤 것이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오늘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의 나는 고독하게 밥을 먹은 적이 없다.


내 세상에 아기가 없을 때, 나는 재택근무를 자주 했기에, 혼밥을 하는 일이 잦았다. 혼자 메뉴를 정하고, 요리를 하거나 밥상을 차리고, 밥을 먹는 과정에서 줄곧 밥친구 영상을 찾곤 했다.


하지만 아기가 찾아오고 나서는 나는 매일 눈칫밥을 먹는다.

아무래도 도토미는 우리 집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에 연동되어 있는 것 같다.

신생아 시절부터 그렇게 가스불만 켜면 잠에서 깨더니만, 전자레인지와도 친구가 되었나 보다.

아기를 재우고 나서 마치 미션을 완수하고 자리를 뜨는 요원처럼 방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거늘,

전자레인지가 돌아가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후다닥 달려가 아기를 달래고,

차갑게 식은 밥을 먹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점입가경으로 재접근기가 온 지금은 내가 아무리 조심해서 나오려고 해도, 매트리스의 흔들림에도 아기는 눈을 번쩍 뜬다. 그러면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으음~ 깼어? 엄마 여기 있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젠 아기도 눈치가 빤해서.. 내가 침대 가드 밖에 있으면 자길 두고 가려고 한 거냐는 듯이 아주 분해한다.

이런 사정이니 나는 아기가 충분한 시간 동안 잠을 자기 전에는 자리를 뜨지 않으려고 한다.고작 30분 정도 재우려고 나는 몇십 분간 아이와 씨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잠을 잔 아기는 아주 사납다.


그래서 결국 나의 밥 메이트는 도토미다. 도토미가 깨어있을 때 먹는 수밖에 없다.

어디선가 보기를 아기와 함께 식사를 하면 좋다고 하는데, 아직 같이 먹는 것은 제대로 도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토미를 먹이고, 씻기 고나서야 내 밥을 준비해서 먹는다.

그러면 작은 먹보 도토미는 내 옆을 얼쩡거리면서 자길 봐달라고 한다.

요즘은 눈치의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갔다. 자기도 내가 먹는 것을 먹겠다며 입맛을 짭짭 다시면서 난리가 난다.


"넌 이미 먹었잖아. 이젠 엄마 차례야"이런 말 같은 건 도토미에게 씨알이 먹일 리가 없다.

"빨리 먹고 놀아줄게!" 하며 허겁지겁 밥을 입에 욱여넣다가 여러 번 체했다.

가장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도토미가 밥을 먹는 나를 보면서 웃을 때다..

밥이 더 먹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밥을 달라고, 절규하는(!!) 모습도(진짜 바로 직전에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였건만)

내 마음을 콕콕 찌르지만, 입맛을 다시며, 밥상을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정말 아기 답지 않게 어색한 웃음을 지을 때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이 정도로 그럴 일인가 싶지만, 아아- 나도 부모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아예 내 밥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오이 간식이라도 내놓게 되는 것이다.(도토미는 지금 식이조절이 필요한 상태다)


아침을 거나하게 먹고, 아기의 낮잠을 재우려고 누우면 속이 너무 더부룩하다. 그래서 아침은 간단히 먹는 게 좋다. 저녁엔 지치기도 했을뿐더러 자기 전에 해야 할 집안일이 잔뜩이라 되도록 간단하게 먹으려고 한다. 활동을 많이 하는 점심엔 조금 제대로 챙겨 먹고 싶었지만, 오늘 나는 앞으로 점심은 그냥 샌드위치나 미리 만들어뒀다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의 점심 메뉴마저 정해버리는 아기의 횡포라니.


근데, 언젠가는 다시 내 밥상이 고독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 소란스러움이, 이 눈칫밥이 너무 그리운 날이 오겠지..

어쩌면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투덜거리려던 입이 다시 쑥 들어가 버렸다.

안달복달하며 엄마를, 그리고 엄마의 밥을 노리는 도토미,

내가 너무 사랑하는 우리 딸, 이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하는 수밖에. 비록 배에서 꼬르륵 소리는 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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