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본주의, 가짜 자본주의-1

by 흑선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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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말했다. 개인의 이익 추구는 사회 전체의 이익과 연결된다고. 1776년 출판된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그의 말은 사람들의 욕망에 걸려있던 족쇄를 풀었다. 사람들은 국부론을 명분 삼아 더 거침없이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혁신과 생산성이 향상되었고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대신 부의 불평등, 환경 파괴, 금융 위기 등의 문제가 생겼다.


문제가 뭐였을까? 사실 국부론은 애덤 스미스의 반쪽짜리 사상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그보다 7년 먼저 출판된 도덕감정론에 있다. 도덕감정론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의 본성에는 분명히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타인의 행복을 그가 얻을 수 있는 다른 어떤 것 없이 단지 그것을 보는 즐거움만으로 필요하게 만드는 원칙들이 있다. 나는 상호 공감의 원칙이 모든 사회적 미덕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의 예의의 기초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회의 큰 결합제이다. 그것은 인간을 서로 친절하게 만들고,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려 성향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인간 행복의 큰 원천이다."


즉 애덤 스미스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옹호한 이유는 연민과 동정심 같은 도덕적 감각을 전제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호 존중과 도덕적 책임이 경제 활동의 기초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한 인간의 상호 협력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말하면 도덕적 감정이 없는 자본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내가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는 도덕감정론을 잘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국부론은 확실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2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마케팅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부터였다. 산업 혁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19세기 후반의 기업들은 넘쳐나는 상품들 속에서 자신들의 제품이 경쟁사의 것들과 구별되도록 브랜드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케팅은 소비자의 심리와 욕구를 노리기 시작했다. 이미 있는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거나,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소비를 유도했다. 그 결과, 대량 생산과 소비가 맞물리며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돌아갔다. 마케팅은 결국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는 원동력이 된 셈이었다.


내가 마케팅에 발을 들였던 것은 대학의 마케팅 수업을 통해서였다. 그 수업을 신청했던 이유는 그것이 인문계 학생이 선택하는 가장 흔한 진로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첫 수업에서 교수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욕구'와 '가치'. 마케팅은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덕분에 소비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경제를 활성화하며 새로운 제품의 개발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시장 조사 방법과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를 배웠다.


그 수업으로부터 몇 년 후, 나는 마케팅 대행사에 입사했고 얼마 후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곳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미국 스타트업으로, 영어 학습 앱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나는 회사의 여러 지사 중 한국 지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게 되었다. 여러 회사 중 이곳을 선택했던 것은 영어 회화에 도움이 되는 앱을 파는 것이 적어도 빈부 격차나 환경 파괴 같은 문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 지사의 마케터들은 매주 고객 유치 목표를 설정해야 했고, 나 역시 더 많은 한국인이 이 앱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방법을 고민했다. 문제는 대다수의 마케터들이 그렇듯 내가 팔아야 하는 제품이 평범하다는 점이었다. 사실, 정말 혁신적이고 훌륭한 제품에는 마케팅이 그다지 필요 없다. 그런 제품들은 알아서 팔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제품은 그렇지 않았다. 딱히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점도 없었으며 고객센터에는 제품에 대한 구매자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쌓였다.


이럴 때 마케터들이 자주 쓰는 방식은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아무리 사소한 장점이어도 과장하여 혁신, 라이프스타일, 행복, 우월함 같은 수식어들을 갖다 붙인다.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에게 조그만 가죽 가방을 메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올리라고 유혹하거나 흔한 미네랄워터를 순수함과 생명의 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전략이 성공하면, 소비자들은 반응한다. 새로운 명품 백이나 전자기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것을 조금이라도 먼저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며 줄을 선다. 마침내 영업시간이 되어 문을 열면 판매 직원들은 세계를 구한 영웅을 맞이하듯 매장에 들어오는 소비자를 박수로 맞이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속한 회사의 대표는 마케터 출신이 아님에도 그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미국인이었던 그는 회사의 제품을 홍보할 때마다 해외 취업이나 이민에 성공한 사람들의 예를 들며 누군가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가 실제로 그렇게 믿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열정적인 CEO들이 그렇듯 그는 직원들도 자신과 같은 신념을 갖길 바랐지만, 나는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해외 취업이나 이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영향력 있는 일인가? 그것이 한국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을 막는 일보다 중요한가? 이 나라의 우울증과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일보다 중요한가? 그 억지스러움이 의문스러울 때마다, 나는 진행 중인 실험을 기억하려 애썼다. 나는 세상의 문제에 대한 나의 강박적인 관심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얼마간 이상적인 직업인을 연기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고로 나는 내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평범한 이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일이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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