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면 멀리 간다

쌍둥이 육아 중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방법

by 마리롱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직까지 스페인어를 잡고 허덕이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은 나의 스페인어 선생님 덕분인 것 같다. 스페인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안다. 나는 마드리드에 살고 있고, 내가 지키고 돌봐주어야 할 아기들이 있으며, 남편도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른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채로 스페인에 도착하고 출산하고 육아하고. 나는 도무지 학원에 다닐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배워야 하니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소문 끝에 현지 선생님을 구했지만, 한국식으로 스페인어 문법을 한번 훑어야겠는데 인터넷 강의를 잘 들을지는 미지수였다. 인터넷 강의를 안 들어본 것은 아니다. 밀리기 일쑤였고 지루하기 짝이 없고 뭔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이 입력은 되었는데 내가 내 것으로 소화했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잘 안 하게 되었다. 배가 불렀나. 나에겐 적절한 동기 부여와 채찍질과 꼼꼼히 내 상태를 점검해줄 수 있는 한국 선생님이 필요했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고 가르치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나에겐 그보다 스페인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체득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분이 필요했다.


의외로 스페인에 있는데 스페인어를 쓸 일이 없다. 아이들과 집에 있으니 그렇기도 하고 학생 때와는 달리 억지로 스페인어로 대화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서 스페인어를 나보다 잘하는 시기를 맞이 할 때 너무 충격적으로 못하는 엄마를 보면 나 스스로도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서 스페인어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스페인 맘 카페였나 어디였나. 스페인에 사시는 어떤 분이 인터넷에 남겨둔 글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스페인 정착 초반에 언어 공부를 바짝 하세요. 살다 보면 눈치도 늘고 대강 알아듣는 것 같아 공부를 놔버리면 5년, 10년이 지나도 스페인어 잘 못하고 후진 스페인어 쓰며 살게 돼요. 저 단어... 후진!!!! 에서 눈이 크게 떠졌다. 아이들도 다른 것 몰라도 자기 생각을 말로, 글로 잘 표현하는 것과 퍼블릭 스피치만큼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내가 후지게... 말하면 떳떳하지 않은 거다. 상상해봤다. 좀 더 오래 살았는데 버벅 버벅 더듬더듬 말하고 있는 나의 모습.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을 찾아봤다. 의외로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것 실수하기 쉬운 것은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글로 남겨둔 블로그가 많았다. 그중에 설명을 너무 잘하시는 한 분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지난 포스팅을 틈틈이 정독했다. 몰랐던 것 투성이었다. 이런 분을 선생님으로 모시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만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룹 스터디 수강생을 받는 다고 하신 거다. 알고 보니 선생님은 스페인어 통번역을 업으로 삼고 계시는 분이었고, 온라인 스터디로 수강생이 듣고, 말하고, 쓰고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준비하신단다. 개인이 하는 것 같지 않고 기업 느낌의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좋아서 당장 신청을 했다. 몇 사람 받지 않으셨는지 금방 마감이 되었다. 아 이때의 이 선택이 나에겐 신의 한 수였다. 일 년 정도 같이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르쳐 주시는 현지 대학생 선생님이... 정말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해주셨다. 내가 생각해도 1년 전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인 것 같다.


공부 방법은 이렇다. 수업은 없고 숙제가 왕창 있다. 매일매일 오는 과제 메일을 일 쳐내듯 하나씩 끝내면 저절로 매일 공부할 수 있고 뿌듯한 마음도 덤이다. 그런데 일주일은 정말 휘리릭 지나간다. 월요일에 동영상이 도착하면 받아 적기(Dictation) 하고, 화요일에는 스크립트를 받아 틀린 것을 점검하고 단어와 문법을 익힌다. 수요일에는 관련 토픽에 대한 문제를 보고 답변을 녹음해서 보내면 첨삭이 온다. 목~토까지 같은 패턴으로 반복하고 일요일에는 두 토픽 중 하나를 골라서 작문을 한다. 이 모든 제출이 단톡 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빠지면 바로 티가 난다. 이상하게 스스로 공부 하기는 어려운데 이건 스스로 공부하는 형식이면서도 같이 공부하는 동지들이 있어서 희한한 책임감으로 빠지지 않고 하게 된다. 지금은 선생님이 새로 여신 문법반을 하고 있는데, 나 말고도 다들 각자 바쁜 생활 중에도 스페인어를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니. 난 정말 필요한 입장인데 이것 조차 안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가면 잠시 가다 말다 가다 말다 하는데, 같이 가면 완주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완주란? 새로 알게 되는 스페인 사람과 대화하면 어? 어디서 스페인어 배웠어요? 마드리드에서 오래 살았나 봐요.라고 듣는 거라던지. 스페인어로 내 입장을 얘기해야 할 때 어려움 없이 할 말은 다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들과 어울릴 때 부족함이 없는 것. 아! 적어도 스페인어 능력 시험 DELE의 B2까지는 취득하는 것.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스페인어로 된 계약서를 봐도 당황하지 않고 내용 파악할 수 있고 스페인어로 인터뷰나 업무를 볼 수도 있는 정도. 적고 보니 정말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스페인어 공부를 놓지 말고 올해 안에 델레 시험 한 번은 꼭 보기로 마음먹어본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서. 그래도 선생님과 스터디 메이트들과 계속 꾸준히 공부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파이팅

전형적인 스페인 아침 식사, 츄로스와 빤꼰토마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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