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알아가기
스페인에 왔는데 스페인 친구가 없다. 몇 번의 모임만으로 사람들을 쉽게 만나고 사귈 수 있는 학생 때와 영 다르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지만 써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슈퍼와 맥도널드뿐. 육아로 지치지만 가끔 만나서 커피라도 한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면 너무 좋을 텐데! 혹은 같은 아파트에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좋을 텐데 생각했다. 아이들도 둘이나 있는데 외롭다고 하면 이상하려나. 나는 외로웠다. 같이 수다 떨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 사실 나는 요리나 꽃이나 티비 보기 등 집순이스러운 취미를 가지긴 했다.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과 수다 떨기, 산책하기, 인테리어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가기 등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즐기는 부분이 너무너무 그리웠다. 2개월 된 아가들과 함께 이런 라이프를 즐기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안 되는 걸 알지만 사회생활에 대한 갈증. 약간 해소되는 이런 날은 신나는 마음으로 살짝 적어두기.
얼마 전에 유모차를 끌고 슈퍼를 다녀오던 중에 운동을 엄청 잘할 것 같은 옷차림의 이웃을 만났다. 인사를 했다. (이곳에서는 아파트 내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거의 무조건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인 듯하다.) 본능적으로 아파트 내에 운동 클래스가 있을 것 같았고 바로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아저씨는 지나가던 그 이웃을 불러서 소개해주었다. 이 사람이 그런 정보는 다 알 거라고. 이 언니의 이름은 비르히니아 (aka 버지니아). 비록 영어는 못하고 나도 스페인어가 부족해서 많은 대화는 못했지만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우리 아파트 클래스에 초대해주었다. 알고 보니 일주일에 두 번 저녁 시간, 나는 아니지만 모두가 퇴근한 시간 쯔음 선생님 한 분을 초대해서 같이 운동한단다. 수업료는 모두가 1/n로 내고 있다고.
드디어 수업의 날! 무려 8명의 입주민들과 나는 같이 운동을 했다. 같이 뛰고 스쿼트도 하고 런지 하고 윗몸일으키기도 했다. 첫날이라 나는 개인 매트가 없었는데 이웃들이 기꺼이 같이 쓰게 해주기도 했다. 레알 스페인 라이프는 이런 것인가! 스페인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되던 삶이었는데, 엄청 빠른 스페인어 속도에 감당이 안될 지경이었다. 그래도 우리 집 1층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와 우리 윗집에 사는 사람은 얼굴을 아니까 많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착하다. 이방인이라고 따돌리지 않고 챙겨주는 데 내 마음이 뭉클해지고 고마웠다. 임산부였던 내 모습을 기억하고 이 운동을 출산 후 2개월 반 뒤에 해도 되는지 코치님께 직접 챙겨 물어봐주는 게 너무 사려 깊다고 생각했다. 코치님도 이제 본인은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좋아하셨다.
나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저녁에 스윽 집에서 나와 운동하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이웃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특히 우리 집 1층 집은 미취학 아동이 3명인데도 늘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아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집 아저씨가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이란다.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이니 생각 있으면 보러 다녀오라고! 물론 그렇게 긴 외출은 불가능하니 어렵겠지만 조금씩 대화도 하고 내 스페인어도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