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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bangchon Apr 02. 2020

IT 강국 한국이 온라인 개학에 멘붕이라니!

코비드-19(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온라인 개학이 기회인 이유

태국이 코비드-19(코로나바이러스)로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장소들이 폐쇄되고 이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태국 방콕에 소재한 나와 남편이 일하는 국제학교는 오늘로 온라인 학습 11일째다. 적어도 지금의 상태에서 이것은 4월 30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고 여전히 모두가 학교 캠퍼스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 구글 미트(Google Meets), 줌(Zoom) 등 실시간 화상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수단이 있고, 온라인 학습 환경에 맞게 구성한 온라인 학습 규정도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수업만 한 것은 없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온라인 개강 소식을 전했을 때, 국제학교의 교사인 이곳의 내 친구들은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금 얼마나 한국이 멘붕인지 설명하는 내 언어가 짧았던 문제도 있겠지만, 보통 학교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애초에 빠졌던 것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하루 이틀이면 혼란도 잠들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한국 공교육에서 아직 우리는 온라인 기반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이랬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왜?" 


세계 최고를 달리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인터넷 사용 인구, 게다가 삼성과 엘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왜 학교에서 온라인 기반의 학습을 하지 않느냐(못하느냐)는 의문인 것. 그러고 보니 그간 나로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지만, 타당한 의문인 것 같았다.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낸 1990년대와 2020년대의 지금, 한국의 교실 모습은 얼마나 변했을까. 잘은 몰라도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부문에서 혁신의 변화를 이루어낸 한국이지만, 가장 더디게 바뀌고 발전하는 부분 중 하나가 교육 현장일 것일 테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교육의 실제적 목표가 여전히 대학에 있고,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에 있으며, 그 시험은 암기나 반복학습을 통한 정답 맞히기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 학창 시절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어쩌면 더욱 강해진 이 목표와 방향 아래에서 교육 현장 모습이 크게 바뀔 여지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번 코비드-19(코로나바이러스) 비상사태 내에서 급작스럽지만 온라인 개학, 온라인 수업을 하는 시도가 교육 현장 모습을 조금은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학습의 목표, 그 목표를 위한 시험 방식이 바뀌는 것이 먼저여야 할지 교육 현장의 변화가 먼저여야 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지만, 적어도 온라인 학습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학생과 교사 모두 획일적인 학습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보고, 그러한 다양한 방식에서 오는 새로운 능력 계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국 방콕에 소재한 한 국제학교에서 온라인 학습으로의 전환이 크게 어렵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보통의 경우 학교 캠퍼스 내 학습 현장에서도 온라인이 기반이기 때문이다. 초등의 경우 3학년부터 모든 학생이 크롬북을 사용한다. 각 교실에 각자의 크롬북을 보관하고 필요한 수업이나 활동 시 꺼내어 쓰는 방식이다. 주로 Epic(온라인 리딩 사이트)이나 교사가 지정한 온라인 영상 등을 볼 때 활용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노트북을 소지하고 다닌다. 기본적으로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에서 각 과목별 공지나 과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과제도 슬라이드나 구글 워드에서 작성하여 제출한다. 수업 시간에도 특별히 교사가 노트북을 닫으라고 하지 않는 한 늘 사용한다. 교과서나 학습 자료 보기, 토론을 위한 자료 준비, 강의 노트 만들기 등을 하기 위함이다. 물론 과목, 학년별로 노트 작성이나 글쓰기 등을 자필로 공책에 하는 경우도 있으며, 온라인 글쓰기와 오프라인 글쓰기를 과목이나 수준, 활동에 맞게 병행한다. 


'인쇄된 책과 프린트된 학습자료, 그것을 토대로 손으로 직접 노트에 글씨를 써가며 하는 공부가 인터넷에 나뒹구는 수많은 자료와 눈 아픈 전자교과서, 타이핑으로 큰 고민 없이 썼다 지웠다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것은 온라인 기반 학습을 단순한 도구의 변환이라고 생각할 때에 그렇다. 


온라인 기반 학습을 하는 현장을 보면서 내가 본 것은 실제로 그 이상이다.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찾는다. 인쇄된 고정된 정보나 지식을 줄 긋고 형광펜 칠하고 노트에 다시 옮겨 정리하고 반복하여 적어가며 머리에 기억시키는 과정 대신에, 우리 머리가 외워야 할 방대한 지식을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찾아 모은다. 각자 모은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눠 어떤 자료를 취할지 말지를 서로 논의하여 선택한다. 그리고 그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우리가 여기서 찾아야 할 의미가 무엇인지, 추가적인 의문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어간다. 토론과 글쓰기, 리뷰 등이 모든 과목 모든 수업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습, 그게 내가 본 온라인 기반 학습의 현장 모습이다.  


우리가 외워야 하는 건 인터넷에 다 있다. 인터넷에 접속할 엄청난 환경도 이미 다 갖춰져 있다. 검색 한 번에 다 나오는 걸 아직도 달달 못 외워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그런 정보들을 머리에 욱여넣어 달달 외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다양한 정보를 모아 보면서 어느 정보가 더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지를 검토할 능력을 키우고, 거기서 추출한 지식과 정보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나누고 정리할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닐까. 




'인터넷을 하면 온통 게임이나 짤방만 보고 친구들이랑 채팅만 한다?' 우리 학생들이 IT 강국 최고의 환경에서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 저것뿐이라고 한다면 이는 학생들만의 잘못일까. 온라인을 기반한 학습을 통해 인터넷에서 얼마나 무한한 많은 지식들과 정보들을 구할 수 있으며 이 작은 사회를 벗어나 전 세계 대 우주까지 마치 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넘볼 수 있다는 것, 수많은 석학의 의견과 연구가 담긴 리포트를 통해 우리가 외우지 못해 안달인 이 지식들이 오늘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배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게임이나 짤방 이외의 엄청난 가능한 세상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면, 잘 때마저도 손에서 폰을 놓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 하는 것이라곤 게임, 채팅뿐이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커 보인다.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그런 뚜렷한 문제들이 저런 생각을 '너무 이상적인 생각'으로 만든다. 집마다 아이 수만큼 컴퓨터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 아이들이 해당 자료를 보기 위해 가입을 하거나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는 것, 그런 것을 옆에서 지켜봐 줄 부모님이 일을 하러 가야 하는 것, 가정마다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에 대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같은 것.... 모든 우려는 사실이고 당장에 눈앞에 닥쳐 있다. 하지만 지혜를 모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가면서 비상시국에서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하나씩 해보게 된다면, 이 비상시국에서 학습도 이어가고, 이후의 새로운 학습과 교육 현장의 모습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새로운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혼란스럽겠지만, 대한민국의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모두들이 잘 헤쳐나가고 이것을 기회삼아 교육의 새로운 변화 가능성 또한 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래된 구호지만, '다이내믹 대한민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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