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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약방 Oct 09. 2022

마음이 아프면 책약방에 와

'일러스트레이터 에런의 첫 번째 이야기'와 '너 스키 탈 수 있니'

ㅡ책약방ㅡ

학교 끝나고

마음이 아프면

책약방에 가.

그리고 책을 골라봐.

계속 읽다보면 아프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햇살에 깃든 마음이 들지.

너도 마음이 아프면

책약방에 와.     


이 시를 쓴 열 두 살 어린이는 읽는 어려움인 난독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 에런의 첫 번째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이 책은 글을 읽는 어려움을 가진 난독증에 대한 이야기지만, ‘읽지 못함’에 멈추지 않는 이야기예요.

 에런은 어렸을 때부터 이야길 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오래된 그네에 앉아 누군가가 이야기책을 읽어줄 때 가장 설레고 두근거렸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 이야기책 쓰기라고 생각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무척이나 읽기를 배우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해가 다가도록 읽는 게 어려웠던 에런은 2학년이 되자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으려 했지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하면서요.  

 담임선생님이 이야기쓰기를 숙제로 내어 주셨을 때 에런은 밤새 이야길 써보려 애썼지만 읽기가 어려운 에런에겐 쓰기도 어려운 일이였지요. 결국 이야길 쓰지 못한 에런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긴장한 채 앉아 있다가 차례가 되자 더듬더듬, 어렵게 이야길 꺼내요. 아주 특별한 힘이 솟아나는 마법의 꽃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를 쓴 어린이도 늘 잠자리에서 엄마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가장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책을 참 좋아하는데 정확하게 글자를 읽을 수 없어 교실에서는 조용히 앉아 있는 아이였습니다. 어쩌다 책방에 오게 되었을 땐 익숙한 어른 뒤에 숨어 조용히 있다 사라져버리곤 했어요.

 에런은 이야기를 끝낸 뒤에 부끄러워 복도로 도망치고 맙니다. 선생님은 그런 에런에게 왜 쓰질 못했냐고, 다그치는 게 아니라 에런이 내어준 용기에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답니다. 그때 에런은 늘 듣기만 했던 이야기를 스스로 누군가에게 읽어준 느낌을 받습니다. 비록 글자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이야길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물론 읽는 방법을 배워가며, 읽기도 점점 나아지구요.

이 어린이 역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책을 읽는 일이 어려워 책읽기를 잘하고 싶은 게 꿈이였던 아이에요. 친구들처럼 읽고 싶었지만 읽기 어려웠던, 쓰고 싶었지만 쓰기 어려웠던 시간들이 있어서 그 시간이 부럽고 힘들었던 마음이 있어서 글을 쓰는 마음에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리는 따뜻함이 가득합니다.



 그림책 <너 스키 탈 수 있니> 는 듣는 어려움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라고 깨우는 소리도 선생님의 수업도 모두 아빠와 선생님의 걸음으로 전해지는 진동으로 느끼곤 합니다. 인사하는 소리를 못들어 인사를 하지 못했는데 인사를 안했다고 오해받는 일도 많았지요. 그런 아이가 청능사를 만났어요. 내게 딱 맞는 보청길 착용하고 듣는 연습도 합니다. /스키/는 듣는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듣고 변별하는데 어려움을 가진 고주파대 소리들이예요. 아빠도 선생님도 모두 내게 "스키탈 수 있니"라 묻는 건 “너 들을 수 있니”의 다른 물음이였습니다. 열심히 듣는 연습을 하다 어느밤, 아빠와 함께 읽는 그림책에서 이야기가 전하는 의미를 또렷이 알게 됩니다.

 그림책 속 달님이 "너 네 이야기 잘 들리니?"라고 물을 때 큰 소리로 대답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네 잘 들려요!" 라구요.

보청기와 와우를 착용한다는 건 내 어려움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내가 받는 도움으로 충분히 내가 가졌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는 일이예요.



 조금씩 글을 읽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시간은 자신이 가졌던 어려움 덕분에 좀더 많은 이해가 가능해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조금씩 더 읽히고 들리는 시간이지요.

 책방에 깃드는 것은 완벽한 내가 아니예요. 부끄러운 나도 아니지요. 조금씩 할 수 있는 일들을 꿈꾸어볼 수 있도록 책약방의 문을 엽니다. 시를 쓴 어린이의 마음으로요.


 “너도 마음이 아프면 책약방에 와.”

작은책.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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