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은 샅샅이 뒤져낸 동전과 주머니 속 지폐를 끄집어 내 손바닥에 올려두고 구겨진 모서리를 살살 펼쳐본다. 11월의 날씨만큼 현의 주머니 사정도 추위에 오그라들기는 매한가지이다.
삼각김밥에 컵라면, 잘하면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겠다는 계산을 얕게 두드리고 독서실을 나선다. 이맘때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마치 그분의 생일에 초대라도 받은 양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들떠 있고 나지막하게 깔리는 캐럴의 음률에 분주한 사람들의 일상이 얹혀 거리를 가득 물들이고 있다.
대학 졸업 후 3년째, 행운 독서실 301호 한 귀퉁이 자리를 마치 화석 박히듯 차지하고 있는 현은 궁핍함이 딱 올해까지 만이라는 다짐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은 뼈 속까지 춥다. 마음도, 몸도, 주머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