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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Jan 13. 2017

스페인의 추억 되살리기, 스패니쉬 오믈렛

정직하고 단순한 스페인의 맛

누구나 여행지에서 감명을 받은 요리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타파스 바에서 먹은 '토르티야'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토르티야'나 '또띠야' 또는 '또띠아' 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밀가루로 만든 납작한 빵 종류를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중남미 지역 사람들(과 중남미요리를 접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르티야'라고 부르는 빵이다.



멕시칸 레스토랑에 가면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토르티야 칩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보통 살사나 과카몰리가 곁들여 나온다.




혹은 만들기가 간편해서 널리 알려진 또띠아 피자를 생각할 수도 있다. -사진출처:http://dinnerthendessert.com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이나 스페인을 다녀온 여행자들은 '토르티야'하면 아래 이미지처럼 감자가 들어간 오믈렛 비슷한 것을 떠올릴 것이다. 작년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나도 그러하다.


스페인에서 토르티야는 프라이팬을 사용하여 둥그렇게 구워낸 달걀을 사용한 요리를 일컫는다. 제일 유명하고 기본적인 것은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Tortilla de Patatas)로 감자와 양파를 넣은 오믈렛이다. (스페인어로 Patatas는 감자(Potatoes)를 의미한다) 기장 기본적이기에, 대외적으로 스패니쉬 오믈렛(Spanish Omellette)이라고 알려진 것도 바로 이 감자가 들어간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이다. 하지만 감자 외에도 하몬과 완두콩, 대구 등을 속재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마드리드의 타파스바에서 먹은 토르티야. 사이즈는 성인 남성 손바닥을 편 것 보다 좀 더 큰 정도였고 가격은 5유로 정도로 양 대비 엄청 저렴했다! 토마토와 마요네즈가 곁들여졌다.



갓 만든 토르티야는 뜨겁고,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맛있었다.


아래는 스페인의 토르티야에 대한 나무위키의 설명이다. 왜 중남미에서 '토트티야'라는 같은 이름의 음식이 등장했는지에 관한 설명도 잘 나타나있다.


토르티야 (Tortilla) : 스페인식 오믈렛. 멕시코 요리와 달리 스페인 본토에서 또띠아 달라고 하면 위 사진과 같은 것을 준다. 원래 이쪽이 진짜 토르티야인데 무식한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중미땅을 밟았을 때 원주민들이 먹는 옥수수빵을 보고 "고향에서 먹던 토르티야와 비슷하다"면서 그리 부른것이 오류의 시작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원조 토르티야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스페인 국외에선 토르티야 에스파뇰라라고 따로 불릴 정도이니 말이다.
-토르티야 에스파뇰라 (T. Española) : 감자와 양파가 들어간 토르티야. 가장 기본형이다.
-토르티야 데 카마로네스 (T. de Camarones) : 안달루시아 지방의 새우 토르티야.
-토르티야 파이사나 (T. Paisana) : 하몬과 야채를 같이 넣은 토르티야.
-토르티야 데 바칼라오 (T. de Bacalao) : 대구 토르티야

-글출처: 나무위키


마드리드에서 끝내주게 맛있는 토르티야를 먹은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한국의 스페인 식당에서도 같은 요리를 시켜보았는다. 스페인에서는 갓 구워낸 토르티야를 한 덩이 전체에 5유로를 냈는데, 한국에서는 이미 만들어둔 것 4분의 1조각에 7천원이었다. 양도 양이지만 그 맛은 뜨겁게 갓 구워낸 것에 비할 수준이 못되었다. 재료는 감자, 양파, 달걀, 올리브유 단 이 네 가지 뿐인데, 집에서 못해먹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족


한편, 스페인의 영화 중 잘 알려진 편에 속하는 하몽하몽(Jamon, jamon)에서도 토르티야가 몇 번 언급된다. 여주인공(페넬로페 크루즈가 연기)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해서는 집에서 토르티야를 구워 팔기 때문이다. 10여년 후 훗날 페넬로페 크루즈의 실제 남편이 되는 하비에르 베르뎀은 라울(Raul)역을 맞아 응큼한 속셈을 품고 야밤에 여주인공의 집을 방문하는데, 이 때 여주인공은 감자와 올리브유를 식탁에 잔뜩 올려놓고 토르티야를 만들고 있었다. 여주인공의 찌질한 부자 남자친구는 그녀가 만든 토르티야를 먹으며 호기롭게 외쳤다. "네가 만든 토르티야는 나만 먹을 수 있어!" 한국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까, 자막을 보면 시종일관 토르티야가 오믈렛이라고 번역된다. 어찌되었든 토르티야가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있는 요리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토르티야를 만드는 와중 하비에르 베르뎀이 그녀의 집으로 찾아온다.



"네가 만드는 오믈렛(토르티야)는 나만 먹을 수 있어!" 페넬로페 크루즈의 남자친구 왈. -출처: Pinterest




추억으로 남을 뻔한 토르티야를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



재료(직경 25cm미만 미니 프라이팬 기준)


감자 3 개

양파 1 개

달걀 5알

올리브유 잔뜩

소금, 후추, 파프리카 파우더




조리법.


1) 올리브유를 프라이팬에 잔뜩 두른다. 최소 머그컵 반컵에서 3분의 1컵 정도는 둘러주어야 한다.


올리브유의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인만큼 요리에도 올리브유 인심이 후한  편이다.



2) 적당한 크기로 썬 얏파를 올려 튀기다시피 익힌다.



양파에 갈색빛이 돌기 시작하면 감자를 넣을 때가 다 된 것이다.


감자가 아닌 양파를 먼저 넣고 익히는 것은, 감자를 먼저 익힐 경우 양파를 카라멜라이즈(맛있는 갈색이 돌게 하는 것)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얻어낸 양파향이 도는 올리브오일을 며칠 동안 두고두고 온갖 요리에 재탕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3) 감자는 너무 얇지도 않게, 두껍지도 않게 '적당한' 두께로 썬다. '적당한' 두께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바로 위의 사진을 참고하거나 Omar Alliboy의 동영상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4) 감자가 익기 전에 미리 풀어서 준비한다. 소금 후추 간은 아직이다.



5)양파향이 감도는 올리브유와 양파와 함께 감자도 노릇노릇하게 익힌다.



6)감자가 살짝 갈색빛이 돌 정도로 익었다면,  올리브유+양파 +감자를 팬에서 꺼내 바로 달걀을 풀어둔 볼에 옮겨담는다. 달걀이 잔열에 급하게 익지 않도록 1분 정도 살살 잘 저어준다. 감자와 양파의 잔열로 달걀을 점성이 있는 액체 상태가 되도록 천천히 익히는 것이다.





7) (6)의 볼에 뚜껑을 덮고 20분 정도 기다린다. 달걀물이 골고루 적당히 익어서 점성이 높아졌고 캬라멜라이즈된 양파의 영향을 받아 색이 진해졌다. 소금 후추간은 팬에 이것을 팬에 넣기 직전에 한다.




8) 올리브유를 잘 두른 팬에 (7)의 재료를 넣고 익힌다. 1분 동안은 강불로, 그 이후로는 중약불을 유지하여 익힌다.



9) 위의 사진처럼 가장자리가 팬에서 분리되고 흔들었을 때 탄성이 생겼다 싶을 때가 토르티야를 뒤집기 적절한 때이다.



프라이팬보다 큰 사이즈의 평평한 접시를 이용하여 토르티야를 뒤집을 수 있다. 접시를 프라이팬 위에 얹은 후 한 손은 프라이팬 접시를 잡고 한 손은 접시를 강하게 잡은 채로 뒤집는다.


잘 뒤집혔다.

이제 다시 이것을 팬에 밀어넣어서 반대편을 익힐 차례이다.



10)(9)의 토르티야를 팬으로 밀어넣을 때는 몸에서 먼쪽부터 먼저 팬에 얹은 다음 서서히 접시를 당겨 빼며 토르티야를 밀어내면 된다. 약불에서 반댓면을 골고루 익히면 완성이다.





보름달처럼 둥그렇고 도톰하고 뜨끈한 토르티야 완성!



노릇노릇 잘도 익었다.






단면을 잘라보고 계획보다 달걀을 너무 많이 익혀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이라 모양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뒤집는 것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요런 속사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원래 레시피에서도 속은 조금 덜 익힌 채로 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쪽도 충분히 맛있긴 하다.



양파는 먹음직스럽게 갈색으로 익었고, 감자는 부드럽게 녹아 내린다. 달걀은 겉면은 바삭, 속은 부들부들하다. 맛이 없을 수 없다!





뜨끈뜨끈한 토르티야를 먹으니, 스페인에서의 행복감이 솔솔 피어오른다.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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