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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Jan 04. 2017

쥬키니를 맛있게 먹는 법

그리스식 애호박전, 쥬키니 프리터스

애호박이 쥬키니와 같은 것인줄로만 알았었다.


쥬키니라는 이름을 접한 것은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자주 수퍼에 장을 보러 다니던 때였다. 만약 지금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온갖 채소와 고기, 가공육 및 인스턴트음식을 다 접해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생존요리만 할 줄 알았던 그 당시 내가 관심을 두었던 것은 갖가지 맛의 두유와 '키라임파이'니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니 '초콜릿 앤 바나나' 따위의 수백 가지 맛의 요거트였다. 이 외에 '프렌치 시나몬 토스트' 같은 씨리얼과 온갖 포테이토칩이 장바구니에 매번 담겼다.


왠만한 채소와 과일의 영어이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던 것은 순전히 미국수퍼의 채소진열 방식 때문이었다. 갖가지 과일과 채소가 색깔별로, 크기별로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반짝반짝 윤기가 도는 그 모습까지 어찌나 신기한지, 간식 쇼핑을 하고 나면 꼭 청과류 코너에 들리곤 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는 채소 이름을 그다지 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egg plant(가지)니 butternut squash(땅콩호박)이니 zucchini(애호박의 일종) 같은 이름을 그때 알게 되었다. Egg plant는 가지이고 zucchini는 애호박이구나. 딱 그정도로 생각했었다.


과일이나 채소를 빼곡하니 멋지게 진열하는 편인 미국의 마트들. -출처: Pinterest


이 정도면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출처: Pinterest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동네 마트의 신선식품 코너를 유심히 살피고 다녔던 2년 전, 나는 GS슈퍼에 들렀다가 애호박과 쥬키니가 다른 이름으로 각각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애호박과 쥬키니는 엄연히 구분되어 진열되는 다른 채소였던 것이다! 쥬키니가 애호박이랑 다른 것이었다니? 다시 살펴보니 둘은 그 모양이 확연히 달랐다. 쥬키니는 더 길고 늘씬하며 표면이 진한 초록빛이었고, 애호박은 상대적으로 짧고 통통하며 표면이 연노랑기가 도는 연두색이었다.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애호박은 주로 투명한 랩에 싸여 있다. 쥬키니에 비해 짤막하고 색은 노란기가 도는 연두색이다.


쥬키니는 색이 짙은 초록빛이고 애호박보다 길이가 길다.




애호박과 쥬키니는 정녕 다른 채소란 말인가? 혹 생김새만 조금 다른 것은 아닐지? 아래는 애호박과 쥬키니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본 것이다.


애호박은 주로 한국에서 사용되는 호박의 일종으로 영어로는 Korean zucchini라는 이름이 따로 있다고 한다. 쥬키니와 비교를 하자면 애호박 쪽이 맛이 더 섬세하고 달콤하다고 한다. 이 맛을 살려서, 동그랗게 호박전을 부쳐먹거나 된장찌개나 칼국수에 넣어 먹는다. 새우젓 애호박 볶음도 널리 퍼진 조리법 중 하나이다. 애호박은 대체적으로 노르스름한 연둣빛을 띄며 동그란 박 형태와 흔히 보이는 길쭉한 형태로 나뉜다.


애호박의 달큰하고 부드러운 맛이 잘 드러나는 애호박전. -출처: Kimchimari.com



쥬키니는 애호박보다 달거나 고소한 맛이 덜하다. 그래서 한식에서는 재료 고유의 맛이 두드러지는 보다는 찌개류에 애호박의 대체재로 부담 없이 쓰인다고 한다. 다만 익었을 때 애호박보다 아삭한 식감이 덜하여 푹 익혀서 boat 형태로 stuffing을 해 먹는 요리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비건(Vegan)인구가 늘고 있는 서구에서는 쥬키니를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이렇게 썰어주는 쥴리엔?인가 하는 기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밀가루나 달걀이 들어간 국수의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쥬키니는 애호박보다 더 길쭉하고 색이 짙으며, 평균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하다.



지중해풍 쥬키니 배(Zucchini  boat)요리 -출처: Steamy Kitchen.com



쥬키니의 정체를 알았으니, 요리를 직접 해서 맛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유튜브에서 "Zucchini recipe"를 검색하니, "Zucchini fritters"라는 요리가 많이 나온다. 쥬키니를 강판에 갈아서(grate) 반죽하여 팬에 부쳐먹는 요리인데 그 방법이 전을 부치는 것과 유사하다. 사실 서양요리에서 fritters나 pancake라고 이름이 붙었다면 한국의 전요리와 상당히 유사한 요리라고 볼 수 있다. 페타치즈를 넣는 레시피가 많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지중해, 특히 그리스 쪽에서 많이 해먹는 요리인가보다. 이왕 마음 먹은 것, 없는 살림에 큰맘 먹고 코스트코까지 가서 페타치즈를 사왔다.



지중해식 요리인 만큼 "Add it to the bowl~"할 때의 액센트가 매력적인 그리스 미남 Akis의 유튜브 레시피를 따랐다.

그럼, 이제 쥬키니와 친해질 시간이다.



재료.


-쥬키니 하나~하나 반

-양파 반 개

-페타치즈 적당량 (레시피에서는 200g을 사용했지만 너무 많은 듯하여 덜 사용했다. 페타치즈에 염분이 많으므로 흐르는 물에 소금물을 헹구었다가 키친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면 염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걀 2 개

-밀가루(다목적용) 80g

-쿠민 파우더 1 티스푼, 칠리플레이크(또는 고춧가루) 1 티스푼,  

-소금, 후추


<원래 레시피에서 생략한 것>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서 & 깜빡해서 넣지 못한 것들이 있다.


-생허브류: 대파 1대 (초록 부분만), 생 민트잎(줄기는 빼고 사용), 생 딜, 생 바질

  -> 건조 허브로 대체(민트, 딜, 바질 등)

-라임 제스트(껍질 표면을 강판에 간 것)



재료 떼샷. 허브류가 빠졌다.





조리법.


1)쥬키니 하나를 강판에 간다. 반드시 구멍이 제일 큰 강판으로 갈도록 한다.

아예 갈아버리다시피하면 수분이 너무 많이 빠져나와 죽처럼 될 것이다.




2) 양파 반 개도 같은 방식으로 강판에 간다.



3) 쥬키니와 애호박에 소금을 1 밥숟갈 정도 넉넉히 뿌려서 잘 섞어준 후에, 10분 정도 수분이 빠져나오기를 기다린다.



4) 요리용 면보 따위를 이용해서 쥬키니와 양파의 물기를 최대한 짜낸다.


할 수 있는 한도로 최대한 많이 짜내야 한다. 나는 손목이 좀 약한 편이라 저 정도에서 포기. 좀더 노력해서 더 많이 짜냈다면 내 쥬키니 프리터가 더 바삭해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5) 물기를 짜낸 쥬키니와 양파에 달걀 2 개를 넣는다. (나는 아무래도 물기를 덜 짜낸 듯하기도 하고 달걀이 큰 편이라 한 개만 넣었다)




6) 페타치즈도 적당량 넣어준다. 페타치즈가 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조심한다.



살짝 섞어준 후에



7) 밀가루 80g과 쿠민 파우더, 칠리 플레이크, 그리고 이용 가능한 허브류 (딜, 민트 등)을 넣어준다. 대파도 이때 넣어준다.



8) 바삭한 식감을 위해 섞을 때는 너무 열심히 섞지 않도록 한다.


사실 위의 사진을 보면 티가 나지만 다 섞고 나서야 내가 너무 열심히 섞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잘 섞은 탓에, 애호박에서 수분이 더 빠져나와 밀가루가 축축해졌다.



9) 중~강 불에 달군 팬(코팅팬을 사용하자)에 올리브오일을 2 스푼 정도 두르고 쥬키니 프리터 반죽을 올려서 납작하게 눌러준다.



10) 한쪽 면에 바삭하게 익으면 뒤집는다.

이제 쥬키니 프리터는 끝!



원래는 그릭 요거트를 찍어먹는 용도로 곁들이는데, 그릭 요거트가 없었던 나는 집에 있는 재료로 소스를 만들기로 했다.  




달걀 노른자에 레몬즙을 두 스푼 정도 뿌려서 잘 저어주다가 소금간을 하고 우유를 조금 뿌려주었다.



이것을 전자렌지에 10초씩 여러번 익히는데, 10초마다 꺼내휘젓고 다시 10초간 돌리기를 반복하다가 원하는 농도가 나오기 직전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린 다음 다시 10초를 돌려 치즈를 녹여주었다.



새콤한 노른자 레몬 소스 완성!



키친 타월에 올려 기름기를 살짝 빼준 쥬키니 프리터를



나무 도마 위에 올려보았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표면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애호박전과는 확실히 다른 맛인데, 애호박전이 달달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쿠민과 칠리플레이크, 페타치즈가 들어간 이 쥬키니 프리터는 더 짭짤하고 매콤하며 이국적인 맛이다.



애호박과 양파의 물기를 짜내느라 품이 많이 들었는데, 먹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다.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세 조각 정도는 만들자마자 훌훌 다 집어먹은 상태.



생소한 사이였던 쥬키니와 한 걸음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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