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의 사진전에 다녀왔다.
전시 공간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늘 나를 매료시킨다.
덩달아 나도 차분해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말이 많아지고 상상력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이번 사진전에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을 담은 사진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진전에서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나 흑백사진이었다.
흑과 백의 음영으로만 이루어진 사진은 어떠한 묵직함이 있다.
같은 사진이라도 컬러일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빛의 각도와 작가의 고유한 시선이 만들어내는 흑백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주는 듯하다.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흑색과 백색, 오로지 두 가지 색이지만 그 사이에 수없이 많은 색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면만 보면 단조롭고 어두워 보일 수 있겠지만, 빛과 음영의 조화로 인해 그 대상은 더 돋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생동감 있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빛과 어둠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어진다고 했던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 우리의 행복과 불행도 뗄 수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흑백사이에도 많은 색이 있듯, 행복과 불행사이에도 수많은 다양한 삶이 있다.
매일이 행복하고 매일이 불행하기만 한건 아니다.
물론 짙음과 옅음 속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 사이 수없이 많은 보통의 날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빛을 어디서 어떻게 비추냐에 따라 피사체의 모습이 달라지듯, 부디 우리 마음의 빛도 되도록이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잘 비출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