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는 닮았다.
모든 걸 품어 주기도 하고 모든 걸 내어주기도 하며, 기쁨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슬픔을 주기도 하는걸 보면.
산과 바다는 소리도 닮았다.
산속에서 눈을 감고 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해변가 파도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경쾌한 새소리와 쌉싸름한 풀냄새가 없었다면 바다로 착각이 들었을 것이다.
산과 바다는 모습도 닮았다.
멀리서 보면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듬직하게 서있고, 바다는 한없이 드넓고 푸르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안 흔들리는 나무가 없고, 물결은 쉼 없이 파도를 만든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들여다보면 매일매일 흔들리고 있는 우리 삶처럼.
산과 바다는 연결되어 있다.
바닷속에는 우리가 늘 보는 산보다 더욱 험준한 산맥이 그 안에 존재한다.
또한 산에서 모아진 물은 계곡으로 강으로 결국 바다로 이어진다.
억겁의 시간 동안 그렇게 산과 바다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깊은 사연들을 쌓아 왔다.
나는 산도 좋고 바다도 좋다.
그래서 여기 부산에 정착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힘들거나 쳐지는 날에는 가까운 산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본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치유를 받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 아닐까.
그동안 자연은 나를 키우고 보듬으며 기다려주는 것 같다.
고작 80년밖에 살지 못하면서 사연은 구구절절 많은 우리들을 조용히 봐주고 있는 것 같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더 찬란한 것이겠지.
저 멀리서 바람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더욱더 찬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