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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by 쉼 아카이브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 아래

선선한 바람까지 부는 딱 좋은 날씨가 1년에 며칠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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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날씨를 만나면 마치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괜히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어쩐지 없던 의욕마저 생기게 한다.

그냥 지나가는 아무것도 아닌 날도 스스로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마음의 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반면 구름이 낀 흐린 날은 빨랫줄에 걸린 빨래 마냥 축 쳐져버리는 나를 쉽게 발견한다.

고작 햇빛 좀 못 봤다고 이런다고?


날씨는 이렇듯 언제나 나의 기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정말 단지 햇빛-비타민D-세로토닌, 이런 호르몬 작용 때문인 건가?

그렇다면 나는 흔히 말하는 호르몬의 노예, 그중에서도 최약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은 기분관리라고 하는데, 매일 변덕스럽게 바뀌는 날씨에 내 기분을 맡길 수는 없지.

내 기분은 내가 정한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시원하게 비가 내리면 굳이 장화를 꺼내 신고서 밖으로 나가본다.

식물에서 나오는 상쾌한 피톤치드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고, 차분하고 청량한 빗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청 덥거나 추워서 옴짝달싹하기도 힘든 날에는 실내에서 날씨와 반대되는 달달한 음료를 마셔보자.

이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더 맛있으라고 날씨가 이렇게 덥구나! 하며.


다만 나는 흐린 날이 조금 어렵다.

우중충한 날씨면 별 이유도 없이 왠지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나도 모르게 다운되는 기분을 스스로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고작 날씨 때문에 나의 하루 기분을 망칠 수는 없는 것이다.

더 이상의 침체를 피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안개 걷히듯 어두운 기운이 조금은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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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날씨는 그냥 날씨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날씨는 그저 하늘이 마땅히 하는 일일뿐이다.

그러니 애초에 내 기분을 날씨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더 우울해질 이유도 없고, 난 우울한데 날씨 더럽게 좋네라고 욕 할 필요도 없다.


날씨의 변덕으로 내 마음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완벽한 날씨는 그날의 내가 정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날씨를 만끽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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