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나와 같은 부모를 가진 사람.
9살 차이 나는 내 동생이다.
나와 묘하게 닮아서는 내 나쁜 습관까지 따라 하는 우리 집 애교둥이.
서로의 역사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기숙형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주말에만 집에 올 수 있었는데,
동생은 토요일마다 내가 타고 올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신발 신을 준비를 했을 것이다.
동네에 버스가 정차하고 고개를 들어보면 익숙한 풍경 속 동생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얼마나 이쁘고 반가운지.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엄마는 동생에게 말했다.
엄마 없을 때는 언니를 엄마라고 생각하라고.
하긴, 내가 9살 때부터 기저귀를 갈아주고, 놀아주고 했으니 진짜 키우긴 했다만.
그렇게 나는 어린 나이에 나보다 9살 어린 딸이 생겨버렸다.
근데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책임감이 생겼고 세상에 좋다는 것은 여전히 다 해주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 쓰림까지 느꼈다.
진짜 내 자식도 아닌데.
그리고 나는 엄마한테 말했다.
희를 낳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서른을 한참 넘긴 나이인데도 나는 동생이랑 놀 때가 제일 재밌다.
아마 가장 나 다운 모습이 자연스레 나타나며 행복을 느끼는 듯하다.
나의 모든 것을 말할 순 없지만, 언제나 나를 웃게 하는 동생이 있어서 큰 위로가 된다.
그런 동생이 며칠 전 남자친구를 소개했다.
이제 자기도 시집을 갈 거란다.
아직 부모님과 내 눈에는 아이 같은데,
세상에 다치진 않을까 노심초사 불안한데.
엄마가 나를 시집보낼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는 항상 동생이 안쓰럽고 가엽고 마음이 쓰인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별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 자식 같은 느낌이 드나 보다.
예쁘고 좋은 것들 다양하게 많이 해주지 못해 마음이 저리다.
동생이 남자친구와 꽁냥 거리는 모습을 보니 귀엽다가도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 반쪽을 뺏기는 기분이랄까.
너의 행복과 평안을 누구보다 기원한다.
언제나 든든한 존재로 너의 뒤에 있겠다고 약속한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우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영원히 나보다 9살 어린 너에게, 영원히 철없는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