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상하이 4
3박 4일 여행의 경우, 마지막 날은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해야 하기에 첫째 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이틀짜리 여행이 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4일을 꽉꽉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여행 전, 규봇이 황푸강 유람선을 예약했기에 오늘은 저녁까지 황푸강 쪽으로 향해야 했다. 지도를 보니 유람선 승선장으로 가는 길에 '예원'이 있었다.
상하이에서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라는 지인의 조언이 있었다. 물가에 비해 택시 값은 저렴하고 도심은 생각보다 넓다 보니 택시로 이동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숙소에 짐을 부리고 몸이 가벼워진 우리는 상하이 골목 골목을 구경하기 위해 예원까지 천천히 걷기로 의견을 모았다.
상해의 골목은 어떤 모습일까?
가족과 함께라면 피했을 도심 속 사잇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적이 드물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모습의 골목이지만 설레는 마음에 경쾌한 걸음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쪽저쪽을 누비다 보니, 오랜 시간 아이와 함께 다니며 아이에게 맞춰진 보폭의 봉인이 풀렸다. 잃어버린 걸음을 되찾고 나니 골목길의 가장자리가 끌어당기는 듯 성큼 성큼 도시의 심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스치며 마주한 상하이의 소소한 일상 풍경 몇 가지를 소개한다.
상하이의 일상 풍경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대로와 골목 곳곳에 걸려있는 빨래 행렬이다.
가는 곳마다 형형색색 빨랫줄에 걸린 옷들은 파인더를 유혹하는 듯했다. 둘째 날부터 비가 내려 더 다양한 모습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골목 담벼락 옆 능숙한 손놀림의 이발사와 편안하게 머리를 맞긴 손님. 지나치는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가운을 입은 노인의 뒷 모습에서 멋스러움이 피어난다. 일상적인 것들뿐인데, 하얀 가운 덕분인지 사소한 골목이 새롭게 피어난 듯했다.
이발소 옆 구두 수선집. 벽을 따라 이어진 나란한 공간을 칸막이로 나눴다. 구두를 수선하는 아저씨의 바쁜 손놀림이 경쾌했다. 언젠가 상하이를 찾게 된다면 이들의 일상을 다시 한번 훔쳐야겠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얼핏 보면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배터리를 사용하는지 엔진 소음이 거의 없다.
소리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허름한 집과 좁은 골목길 끝에 이르면 갑작스럽게 높은 아파트 단지를 마주치게 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상하이에선 유독 눈에 띄었다.
중국판 운반의 달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지나가는 리어카에서 본 오래된 매킨토시 컴퓨터는 타지에서 만난 동향인처럼 반가웠다.
공항에서 상하이 시내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우리가 본 것은 빽빽한 빌딩 숲이 상징하듯 빠르게 발전하는 상하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발로 걸어 들어간 골목에서 마주한 것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서민들의 삶이다.
그렇게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다른 보폭의 많은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상하이 골목길을 지나쳐 오늘의 중간 목적지인 예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