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상하이 3
택시가 멈춘 곳은 번화한 도심의 한 가운데였다. 우리는 이 근처 어딘가에 숙소가 있겠지 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숙소는 지하철 8호선 라오시 먼 역 부근의 '화미국제호텔'로 엉뚱할 만큼 먼 곳은 아니었으나 동서남북도 알 수 없는 초행자가 스스로 찾기엔 불가능한 거리였다.
* 헤매지 않기 위해서는 호텔 바우처와 함께 제공된 지도를 참고해 지하철을 중심으로 숙소를 찾거나, 택시를 탈 때 숙소의 상세한 주소를 기사에게 보여 주는 것이 좋다.
엉뚱한 곳에 불시착한 우리는 지나는 현지인들에게 호텔 위치를 몇 차례 물어 보았지만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나 떨어진 3성급 호텔의 위치를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을 대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선택과 시행착오의 순간들. 미로를 풀 듯 해결해 나가는 건강한 스트레스를 통해 여행의 나이테는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진다. 다행히도 근처 호텔 직원의 안내로 대략의 위치를 파악하고 알려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개하지 않은 또 한 명의 멤버가 있다. 20대의 IT 개발자 규-이후 우리는 그를 규봇(규+로봇)이라 불렀다. 그는 우리의 아날로그식 길 찾기 방법과 전혀 다른 방법 - 아이폰의 GPS 앱으로 구글과 교신하며 -으로 현지인의 추천 루트를 무시하고 대로가 아닌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는 불안한 눈빛을 건네는 우리에게 스마트폰 GPS와 구글 어플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드러내며 당당하게 앞장섰다. 길눈이 밝은 편이어서 여행지에서 길잡이는 늘 내 몫이었는데 스마트 기기 앞에서 길 찾기 감과 센스는 존재감을 잃었다. 하지만 덕분에 그의 그림자를 따라 상하이의 뒷골목을 구경하며 효율적인 산책할 수 있었다. 마치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차를 운전하는 기분이랄까
오래된 것과 변해가는 것이 공존하는 도심의 다양한 표정들. 상하이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문화를 가진 신천지를 살짝 벗어난 곳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의 골동품 시장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어색한 듯 익숙한 풍경의 끝에서 뒤돌아 보니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 간판이 보였다. 숙소 맞은 편에 위치한 곳이라 짧은 일정이지만 다시 와보리라 마음 먹고 자리를 떠났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비를 종료합니다."
마침내 숙소를 찾은 규봇. 매그니피션트(화미국제) 호텔은 저렴한 3성급 호텔로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위치가 좋아 경제적인 에어텔 패키지를 선호하는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라고 숙소를 예약한 서 작가가 말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도 아니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비울 공간이니 좋은 호텔이 무슨 소용 있으랴. 우리의 호텔을 큰 불편함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라 생각하니 만족스러웠다.
* 매그니피션트(화미국제) 호텔의 위치는 라오시 먼 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으며, 신천지까지는 도보로 20분 거리다.
창밖의 하늘은 '내일은 비'를 연상케 하는 우중충한 빛깔이지만 상하이의 풍경과 왠지 모르게 잘 어울렸다. 책의 목차를 짜듯 여행을 단락 나눈다면 머물 곳에 도착해 짐을 내려 놓을 때 비로소 하나의 챕터가 완성된다. 하지만 오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박 4일의 알찬 여행을 위해 필요한 소지품들을 주섬주섬 챙겨 여행의 두 번째 장을 위해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