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lti Jul 07. 2024

엄마 1.

각자의 감정은 각자 처리했으면 하는 날들

지금 내 나이의 엄마는, 당시 두 아이의 엄마였다. 나는 나를 키우는 것도 벅차다고 생각하는 인간인데, 당시 엄마는 두 사람을 책임졌다. 먹고, 자고, 싸는 것도 혼자 못 하는 인간이라고 하기도 뭐한 소중한 형체를 사람으로 키워냈다. 세상을 보여주고, 감정을 느끼게 했다. 


언젠가부터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왠지 사는 것도 싫다고 느껴질 때마다, 어쩌다 부모님이 미울 때마다, 나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면, 살기를 잘 한 거다.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다잡았다.  그렇게 내 감정을 내가 처리했다. 


그런데 가끔 엄마는 엄마의 감정을 내게 내비친다. 위로해주기를 바라고 기댄다. 나는 가끔 그 마음을 못 본척 한다. 엄마의 마음은 오롯이 내 것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엄마를 위로해주고 오는 밤, 다음 날 새벽, 아침, 며칠 동안 그 마음이 내 것이 되어 나를 괴롭혀서, 내가 너무 힘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가끔 각자의 감정은 각자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한다.

나도 내 감정을 스스로 어쩌지 못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