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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Jul 14. 2024

엄마 2.

연애와 결핍

연애를 많이 해보라는 이유 중 하나는, 연애를 하면서 나를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첫 번째 연애, 마지막 연애(남편)를 제외하곤 사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서툰 연애를 했다. 20대의 나는 10대를 안정적으로 지내지 못한 탓에 위태로웠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게 있던 나는, 항상 네네, 괜찮아 라는 말이 앞섰다. 내가 착하면 부모님은 울지 않겠지. 힘을 내겠지 생각했다. (그렇다고 속을 안 썩인 것도 아닌데... 10대 때 쌓았던 울분은 20대 중반에 터져버렸다. 그냥 사춘기 때 감정을 막아두지 말걸. 20대 때 터지면 애도 어른도 아니라 참 답도 없다.)


연애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위였다. 겉으로는 차분하고, 조용하고 , 내성적으로 보였던 나는 애인에게만큼은 과감하고 거침없고 제멋대로였다. 애인들은 다행히 그런 모습을 좋아해 줬고,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연애를 할 수 있었다. 미안하다. 사과한다. 특히 첫 번째 연애는 아주 많이 아쉽다. 너무 제멋대로였는데, 참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첫 번째 연애가 실패한 이유는 그것에 있다. 나 스스로 안정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


결국 내 머릿속에 남은 연애는 첫 번째, 마지막 연애. 사실 나는 쉴 곳이 필요했다. 나는 안정적인 마지막 연애로 무사히 정착했다.


엄마는 내가 결혼을 하기 전이혼을 하진 않을까. 또 금방 싫증을 내고 헤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결국 돌아와도 한 번 가는 게 낫다며 결혼 준비를 도와주셨다. 글쎄. 나는 아주 잘 살고 있다. 20대 연애가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그때를 생각하는 내 머리카락을 마구 쥐어뜯으면서. 새빨개지는 얼굴을 수습하면서.


내 결핍은 결국 안정에 있었다. 기억이 나는 유년 시절부터는 할머니 댁에 맡겨졌고, 부모님, 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는 언니와 둘이 저녁을 사 먹었고, 청소년기에는 보통 집에오면 혼자 밥을 먹고 독서실에 갔다. 스무 살이 넘어 엄마가 일을 잠시 쉬었을 때, 밥을 차리고 '밥 먹자'라며 부엌에서 부른 적이 있는데, 그때 식탁 위에 국그릇이 세 개라서 굉장히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가족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게 왜 이렇게 이상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지. 이런 적이 얼마나 있었지 싶었다. 남편이 있는 지금은 남편과 단둘이 혹은 혼자 밥 먹는 게 가장 편하다. 남편 외에 친구, 동료는 물론 시댁, 친정에 가서도 함께 밥 먹는 게 편하진 않다. 음식 맛이 잘 안 느껴진달까.


가족으로부터 오는 결핍은, 결국 가족을 만들어 채웠다. 그러다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는 어떻게 결혼 생활을 계속했을까? 엄마는 왜 어려운 선택을 했을까? 

엄마에게 듣기로, 엄마에게는 유년시절 큰 결핍이 없었다. 

군인 아버지 주부 어머니, 사이좋은 사 남매. 

이상형은, 잘난 척하지 않지만 잘났고, 자신만 바라봐주고, 180cm는 되는 남자를 만나겠다던. 

도도한 여자. 


결핍이 없던 20대 여자가 이상형과는 (약간?) 다른 남자를 만나. 가족을 만들고,  결핍이 생겼다. '돈' 

결핍을 채우기 위해, 수습하기 위해, 그냥 하루를 그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고 했다. 간병일도 하고 음식점 일도 하고 공장도 다니고 장사도 하고. 엄마의 매일을 생각하면 맘이 쓰리는데,  정작 엄마에게 물어보면 그 힘겨운 날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뇌는 너무 힘들면 그 기억을 지운다고 하는데, 비슷한 걸까. 


아마도 엄마는 아주 단단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어서 결핍을 잘 채우며 살아갔나 보다. 나는 엄마를 닮았을까. 내 안의 결핍을 발견하고, 찾아, 결국 메우며 살아가고 있으니. 사실 닮고 싶은 부분이라 억지로 욱여 맞춰본다.


자기 자신을 잘 알기 위해서는 연애를 해보라고 한다. 연애를 하면서 찾아낸 마음속 깊은 결핍은 가족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엄마를 본다. 엄마는 결핍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나는 이 결핍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고. 답은 그냥, 그저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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