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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Jul 28. 2024

엄마 4

부모님과 비 오는 날.

앞서 걷는 휘청거리는 다리와 흠뻑 젖은 바짓단.

비를 맞아 젖은 얼굴을 하고 나를 보며 웃는 얼굴.


비 오는 날 나가지 말자고, 그래도 꼭 나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며 내 말을 안 들어 미운 마음과,

쌩쌩 달리는 차를 보며

혹여나 다치시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


졸려서 눈에 눈곱이 잔뜩 낀 얼굴로 겨우 말을 이어가면서도, 딸 손에 붙은 파스가 더 걱정되는 사람.

그런 당신을 짐처럼 느꼈던 내 마음과,

그런 내 마음을 혐오스럽게 느끼는 나.


부모님을 모시고

야무지게 돌아다니고 싶지만

야무지지 못해 속상한 나와,

그런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눈물이 터져 나온,

비 오는 날.


그래도 부모님, 당신은 오늘의 고단함을 되새기기보다

저녁에 먹을 밥을 걱정하는 사람이라 정말, 정말 많이 다행이다.


서럽지 않기를, 속상하지 않기를, 울지 않기를.

그냥 그 울음을 젊은 내가 삼키기를.


서른이 넘어 울 일이 많이 없을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하철에서부터 훌쩍훌쩍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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