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걷는 휘청거리는 다리와 흠뻑 젖은 바짓단.
비를 맞아 젖은 얼굴을 하고 나를 보며 웃는 얼굴.
비 오는 날엔 나가지 말자고, 그래도 꼭 나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며 내 말을 안 들어 미운 마음과,
쌩쌩 달리는 차를 보며
혹여나 다치시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
졸려서 눈에 눈곱이 잔뜩 낀 얼굴로 겨우 말을 이어가면서도, 딸 손에 붙은 파스가 더 걱정되는 사람.
그런 당신을 짐처럼 느꼈던 내 마음과,
그런 내 마음을 혐오스럽게 느끼는 나.
부모님을 모시고
야무지게 돌아다니고 싶지만
야무지지 못해 속상한 나와,
그런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눈물이 터져 나온,
비 오는 날.
그래도 부모님, 당신은 오늘의 고단함을 되새기기보다
저녁에 먹을 밥을 걱정하는 사람이라 정말, 정말 많이 다행이다.
서럽지 않기를, 속상하지 않기를, 울지 않기를.
그냥 그 울음을 젊은 내가 삼키기를.
서른이 넘어 울 일이 많이 없을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하철에서부터 훌쩍훌쩍 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