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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Aug 04. 2024

엄마 5

엄마의 눈물

"엄마 지금 학교 운동장이야. 내려와."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땐가. 토요일 자율 학습 중이었던 거 같다.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고등학생 때 엄마가 학교에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항상 바쁜 엄마는 한창 힘든 언니를 챙기기에도 벅찼다는 걸 아니까, 섭섭해도 드러내지 않았고. 사실 혼자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딱히 섭섭하다는 생각도 한 적 없었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그렇게 반가웠던 걸 보니, 사실 섭섭했던 거다. 아직 엄마의 관심이 고픈 나이였으니까. 


선생님한테 제대로 말도 안 하고, 가방을 싸서 뛰어내려 갔다. 신이 났다. 엄마랑 맛있는 걸 먹어야지. 운동장에 엄마 차가 있다.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엄마가 나를 보자 울었다. 운전대를 잡고 엉엉 울었다. 조수석 문을  닫자마자 어정쩡하게 엄마를 향해 몸을 돌린 채로 멈춰버렸다. 어떡하지... 내가 뭘 잘못했나. 엄마에게 속상한 일이 있었나.  웃어 올린 입꼬리를 제대로 내리지도 못하고 굳은 채 엄마의 울음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나는 사실 사람을 위로할 줄 모른다. 이유를 잘 묻지 못한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 많아서. 그저 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참 무력하고 슬프다. 는 감정을 느꼈던 거 같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언니랑 심하게 다투고 나를 찾아왔다고 기억한다. 


1년 전인가, 언니와 엄마가 또 다퉜다. 요즘엔 다투면 서로 나에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원래 난 언니가 정말 무서웠는데, 나이가 들고 좀 바뀌었다. 입바른 말, 잔소리를 하는데 거침이 없다. 언니가 말을 심하게 했다고 말하며, 저 일화를 얘기하는데, 언니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야, 엄마가 왔다고 신나서 뛰어왔는데, 문 여니까 엄마가 울고 있었다니. 그 고등학생 애가 얼마나 불쌍하냐!"


어... 그래... 나도 그제야 몽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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