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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Aug 11. 2024

엄마 6

엄마의 본능

몇 개월 전에 엄마에게 "엄마는 우리 힘들게 살 때 하고 싶은 거, 꿈 없었어?" 물었다. 

엄마는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시간도 돈도 없었어."라고 답했다.


엄마는 항상 엄마가 이룬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재산은 언니와 나라고 한다. 우리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역시 엄마가 낳았지!" 자랑스럽게 웃는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잖아!" "엄마 말이 맞지?" 목소리가 커진다.


나는 가끔 그런 엄마가 안타까웠다. 엄마는 엄마가 아닌 '나'로서 이룰 수 있는 게 많았을 텐데. 공부도 오래 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엄마는 "내가 했지, 내가 그렇게 말했지, 내 말이 맞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똑똑한 여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 발목을 잡았나. 조금만 우릴 포기해도 됐을 텐데.


4일 전. 이틀 전에야 겨우 심장이 생겼다는 0.45cm짜리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듣고 왔다. 소리를 듣고 왈칵 눈물이 났다. 난 사실 아기를 어색해하고, 불편해하고,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아기를 보고 오는 길,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웃고 떠드는 초등학생들을 보면서, 너희들이 그렇게 귀중하게, 소중하게, 힘들게!!! 엄마 뱃속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게 아이처럼 누리며 자라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입덧이 가라앉으면서, 본인보다 우리를 선택한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

는데, 근데 그래도, 나는 아직 나도 소중하다! 일이 잘 되는 내가 좋다. 미안하다, 아가야. 엄마는 입덧 약 먹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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