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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Sep 01. 2024

엄마 8

여름 이불과 부채질

땀을 뻘뻘 흘리며 낮잠을 자면서 이불로 배는 꼭 덮고 자는 내가, 순간 어색해졌다. 

남편의 툭 튀어나온 배를 보면 꼭 덮으려는 행동. 에어컨 조금이라도 덜 쐬라고 혼자 있을 땐 환기시키는데 집중하거나, 굳이 선풍기를 가져다주는 행동. 이런 건, 누구한테 배웠더라? 어렵지 않지. 엄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아마 일곱 살쯤. 

잠에서 깨어나보니, 장사를 마치고 엄마가 꾸벅꾸벅 졸음을 참아가며 언니와 나의 쪽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다. 나를 보곤 얇은 이불을 배 쪽으로 덮어 올리며, "이불 던지지 말고, 배는 덮어!"라고. 


눈 맞춤의 특권인지 엄마는 나에게만 부채질을 해주신다. 엄마가 졸린 것도 피곤한 것도 아는 때였는데, 그때는 왠지 '괜찮아,  안 더워, 그만해도 돼' 하고 싶지 않아, 졸린 눈에 힘을 주며 엄마와 눈을 맞춘다. 언니가 찡찡 거리며 뒤척이면, 둘이 비밀이라도 공유한 것 마냥 씩 웃으며, 얼른 언니에게도 부채질을 해주던 엄마. 


더운 여름밤을 견뎌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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