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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Sep 08. 2024

아버지 1

대용량 

임신하고 처음으로 친정에 갔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바쁘셨을 때 고기 넣은 볶음밥을 해 주곤 하셨는데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다. 집에서는 아무리 따라 해도 그 맛이 안 났다. 


프라이팬째로 내놓는, 약간 탄 맛이 나는 고추장 고기 볶음밥. 

그게 너무 먹고 싶다고 말하고 갔는데, 집 냉장고에 삼겹살, 소고기가 3-4인분 씩 잔뜩.


다음 날 아침. 배고프다고 한 마디 하니, 

아버지는 뚝딱뚝딱. 입덧하는 딸이 네 끼 정도 먹을 양의 볶음밥을 프라이팬째로 턱 내놓았다.  

아버지 사랑은 여전히 대용량이다. 


대학생 때 딸이 탄산수를 좋아해서 가방에 작은 탄산수를  넣고 다닌다 하니,  

다음 날 식탁 위엔 1L짜리 트레비 6개입이 위풍당당. 

아버지... 탄산수를 벌컥벌컥 번에 마시라는 건지, 탄산 빠진 탄산수를 물병에 담아 가라는 건지... ㅋ.. 어쨌든 물처럼 열심히 마셨던 기억. 


항상 많이, 부족하지 않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시던 사랑을 물건으로 크게 크게. 

내 사랑이 이만큼이다, 네가 가늠하지 못할 양이라는 듯 크게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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