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 - 폭력이 자식에게 미친 영향

by salti

지인 A는 대기업에 다니고, 아들 하나, 예쁜 아내를 둔 가장이다. 그는 명절이면 사촌집을 찾는다. 사촌 가족은 그를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술자리. 잠을 자려고 방에 누워있는데, 술에 취해 커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그날, 할머니 팔에 멍이 들어 있는 거야. 화장실엔 핏자국이 있고. 형제 B랑 아버지를 찾아가서 죽도록 팼지. 눈이 돌아갔어. 처음이자 마지막 폭력이었어. 그리고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나왔지."


그는 어릴 적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에게 자주 맞았고, 그의 형제는 어릴 적부터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다 나중엔 교도소에 갔다고 했다. 저 일이 있고 나서도 그는 형제의 등록금을 다 대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형제가 일할 밑천을 마련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형제는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우느라 한참을 뒤척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았는지, 그의 아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친구 같은 아버지다. 그리고 그는 장난감을 좋아한다. 나는 그의 가슴속에 아직 남아있는, 어린, 외로웠을 소년을 생각한다. 아직 그의 맘 속에 남아있는 그 소년이 목소리를 키운다. 항상 사람을 곁에 두는 그가, 허허 웃고 있는 그가, 작은 목소리에도 일일이 반응해 주는 그가, 더 외롭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를 보고 나는 언니를 생각한다.


우리 아버지를 생각하면, 양가감정이 든다. 꿈인지 기억인지 모를 어떤 장면은 가끔 나를 힘들게 한다.

아버지가 문지방에 서서 칼을 들고 있는 장면. 아버지가 허리띠를 풀어 매질을 하기 위해 서 있는 장면.

아버지가 큰 철기둥 같은 것을 들고 언니를 위협하듯 서 있는 장면.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죄책감에 무력감에 시달리게 했던 장면.

그 장면들 속에서 나는 방관자다.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떨고 있다. 그러지 마세요. 말도 못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폭력에 나서지 못한다. 그런 내가 밉다.


언니는 폭력에 대항하며 컸다. 싫은 것에 소리를 내고, 나쁜 것은 나쁘다 말하는. 자신의 감정이 정당하다고 소리를 치는 어른이 됐다. 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소리를 지르고, 던지는 어른이 됐다. 나는 폭력에, 큰 목소리에, 욕설에 더 움츠리는 인간이 됐다. 나를 향하지 않은 폭력에도 나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는 인간이 됐다. 언니가 아버지에게 술잔을 내밀며 술을 따르라고 소리를 지를 때, 나는 화가 나면서도 아무 말을 못 한다.


아버지의 폭력은, 어른이 된 우리를 끝까지 괴롭혔다. 폭력만이었으면 그를 마음껏 미워해도 괜찮았을 텐데.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 굴욕적이라도 돈을 벌었고, 희생하셨다. 그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무작정 미워할 수도, 다 잊고 존경할 수도 없다. 약해진 아버지를 보면 밉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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