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임신하고 처음으로 친정에 갔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바쁘셨을 때 고기 넣은 볶음밥을 해 주곤 하셨는데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다. 집에서는 아무리 따라 해도 그 맛이 안 났다.
프라이팬째로 내놓는, 약간 탄 맛이 나는 고추장 고기 볶음밥.
그게 너무 먹고 싶다고 말하고 갔는데, 집 냉장고에 삼겹살, 소고기가 3-4인분 씩 잔뜩.
다음 날 아침. 배고프다고 한 마디 하니,
아버지는 뚝딱뚝딱. 입덧하는 딸이 네 끼 정도 먹을 양의 볶음밥을 프라이팬째로 턱 내놓았다.
아버지 사랑은 여전히 대용량이다.
대학생 때 딸이 탄산수를 좋아해서 가방에 작은 탄산수를 넣고 다닌다 하니,
다음 날 식탁 위엔 1L짜리 트레비 6개입이 위풍당당.
아버지... 탄산수를 벌컥벌컥 한 번에 다 마시라는 건지, 탄산 빠진 탄산수를 물병에 담아 가라는 건지... ㅋ.. 어쨌든 물처럼 열심히 마셨던 기억.
항상 많이, 부족하지 않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시던 사랑을 물건으로 크게 크게.
내 사랑이 이만큼이다, 네가 가늠하지 못할 양이라는 듯 크게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