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불과 부채질
땀을 뻘뻘 흘리며 낮잠을 자면서 이불로 배는 꼭 덮고 자는 내가, 순간 어색해졌다.
남편의 툭 튀어나온 배를 보면 꼭 덮으려는 행동. 에어컨 조금이라도 덜 쐬라고 혼자 있을 땐 환기시키는데 집중하거나, 굳이 선풍기를 가져다주는 행동. 이런 건, 누구한테 배웠더라? 어렵지 않지. 엄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아마 일곱 살쯤.
잠에서 깨어나보니, 장사를 마치고 온 엄마가 꾸벅꾸벅 졸음을 참아가며 언니와 나의 발 쪽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다. 눈 뜬 나를 보곤 얇은 이불을 배 쪽으로 덮어 올리며, "이불 차 던지지 말고, 배는 꼭 덮어!"라고.
눈 맞춤의 특권인지 엄마는 나에게만 부채질을 해주신다. 엄마가 졸린 것도 피곤한 것도 아는 때였는데, 그때는 왠지 '괜찮아, 안 더워, 그만해도 돼' 하고 싶지 않아, 졸린 눈에 힘을 주며 엄마와 눈을 맞춘다. 언니가 찡찡 거리며 뒤척이면, 둘이 비밀이라도 공유한 것 마냥 씩 웃으며, 얼른 언니에게도 부채질을 해주던 엄마.
더운 여름밤을 견뎌낸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