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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Aug 18. 2024

엄마 7

방청소, 자취방 청소, 화장실 청소

"제발 화장실 청소 좀 하지 말라고 좀!!"

"알았어, 알았어. 이것만 하고. 미안해!" 혹은 "내가 하겠다는데 네가 왜 난리야!"


큰 딸들인 친구 두 명과 밥을 먹던 중 자꾸 자취방, 신혼집에 오면 청소를 한다는 엄마 얘기를 했다. 엄마가 다 큰 딸 집에 오면 고집스레 청소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싫다는 거다. 마음과는 다르게 예쁘게 말이 안 나오고 소리를 친다는 친구들의 말. 


"우린 엄마한테는 왜 그렇게 신경질을 내는 걸까. 밖에서는 안 그러면서." 


잠깐 정적. 반성의 시간. 결국 엄마 마음을 아는 딸들은  엄마에게 미안해 다 같이 눈이 빨개진다. 그래도 또 엄마에게 소리치고 짜증 내겠지만. 잠깐의 정적으로 약간의 죄책감을 날려 본다. 


우리 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가 한 번 다녀가면 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화장대 거울 얼룩이 다 지워져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내 방을 청소해 줬다. 자궁 불순물을 치워내면서 아기집을 지어 아기를 만들고, 외부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깨끗한 양수를 만들어내고, 배를 키우며 아기 방을 키워준다. 그리고 태어나면 세균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세탁하고, 살균하고. 아이에게 방이 생기면, 자취를 하면, 신혼집이 생기면. 그 집을 깨끗하게, 편안하게, 안락하게. 우리 자식이 조금이라도 깔끔한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서. 


그러면서 엄마 집은 짐이 한가득이다. 우리 어릴 적 읽던 책, 놀던 장난감, 앨범... 엄마는 아이들의 먼지를 가득 지고 살면서, 여전히 엄마 눈에 아이이고, 콩알이고, 미숙한 30대 딸들은 먼지 없는 방에서 푹 쉬기를 바란다. 밖에서 힘든 딸, 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기를 바란다.


우린 아직 그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해, 결국 또 소리를 지른다. 짜증을 낸다.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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