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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노우라 Jan 06. 2018

일찍 일어나는 법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다. 아침 9시에 시작하는 대학의 1교시는 학생들에게 제 시간에 가기 힘들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9시 수업에 지각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조금 늦는다고 별 달라질 거 없다고 말한다. 수업을 제 때 가는 것은 중요하다. 강의실에 늦게 들어가면, 좋은(앞 자리일 수도, 뒷 자리일 수도 있다) 자리에 앉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험에 나올 수도 있는 수업 내용을 놓칠 수도 있다. 조용한 강의실에 들리는 둔탁한 문 여는 소리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지각한 사람은 자리에 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게 된다. 나는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지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9시 수업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잘' 일어나야 한다. 지각하지 않아도, 전 날 밤을 새 피폐한 상태로 수업을 들으면 의미가 없다.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수업을 들어야 원하는 것(좋은 자리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수업 전 건강한 정신과 몸은 어떻게 만드는가? 혹자는 간단히, '일찍 일어나면 되지.' 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찍 일어나려면 전 날 일찍 자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정말 어렵다. 왜 나는 일찍 자지 못하는가?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힘든 하루를 보상하려는 마음이 있고,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내일이 두렵기 때문에 나는 일찍 자지 못한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다. 이 때 쉬는 것은 자는 게 아니다. 낮에 하지 못했던 컴퓨터 게임을 하고, 평소에 보고 싶었던 재미난 영상을 찾아 본다. 무척 즐겁다. 문제는 적절한 때에 그것을 끊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임은 한 판만 하기 싫고, 유튜브(영상 사이트)에는 각종 관련 동영상이 유혹한다. 나는 내일 아침에 할 후회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한다. 시간이 속절없이 가는 걸 보면서도 '이만큼 늦게 자도 잘 일어날 수 있어' 낙관한다. 그렇게 새벽 2시나 3시가 넘어간다. 내일 잘 일어날 수 있을지 두렵다.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눕는다. 원래 오늘 했어야 될 일들이 떠오른다. 내일로 그 일을 미루는 자신이 한심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서둘러 자야하지만 스마트폰을 놓기 싫다. 잠들기 전에 겪는 침묵이 견디기 힘들다. 한창 재미있게 놀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은 고역이다. 나는 방금 꺼놨던 스마트폰을 킨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의식이 멀어져 지친 뒤에야 잠이 든다. 이렇게 잠들어서 일어나봤자 개운하지 않은 것은 뻔한 일이다.

 일찍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 적은 것들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려면 미리 놀아야 한다. 미리 놀려면 그 날 할 일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할 일을 미리 해두면 좋다. 오늘 하려고 했지만 못한 일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 반성하거나 무리한 계획을 짜지 않게 된다. 똑같은 방법의 일환으로 자신이 얼마나 놀았는지 기록하는 것이 나중에 자신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 가계부처럼 그날의 자신의 시간 소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중요한 점은 잠들기 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잠들기 전 침대에서 뭔가 의미 있는(노는 것도 포함) 것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그래서 자꾸 스마트폰을 보고, 컴퓨터를 틀어놓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을 다른 식으로 해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함을 다른 방해 없이 온전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생각했다. 그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고 자기 계발을 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판단했다. 그런 식으로 다르게 인식하니, 잠들기 전의 두려움이 꽤 사라졌다. 여전히 할 일은 다 못 하고, 더 놀고 싶고, 자기 싫지만,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즐거워졌다.

 온전히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에 흔치 않다. 아침엔 나갈 준비하느라 바쁘고, 나가서는 할 일을 한다. 일을 마치고나서 집에 돌아오면 쉬어야 한다. 내가 생각했을 땐, 자기 전 조용히 어둠 속에 누워있는 시간이야말로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 때 수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오늘 일어났던 일들, 내일 할 일들…. 이런 '생각 정리'는 나에 대한 확신과 의문을 남긴다. 맘에 걸리는 일이 있어 잠들지 못한다면 그걸로도 좋은 일이다. 어둠 속의 고요한 침대는 혼자 고민을 하고 정리를 하기엔 최상의 환경아니던가? 끊임없이 계속 무언가를 소비하다가 지쳐 잠드는 것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잠드는 게 더 효율적이며 보람차다고 나는 확신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름지기 개운해야 하고, 여유롭게 집 문 밖을 나서야 하루가 평온하다. 기꺼이 맨 몸으로 누워 일찍 잠들자, 그리고 일찍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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