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이벤트로 무장했던 결혼식이 끝난 후, 나는 완전히 방전되고야 말았다. 온몸이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주일 간의 짧은 신혼여행 이후, 업무에 바로 복귀한 나는 천안에서 서울까지 매일 고된 출퇴근을 하느라 심한 감기에도 걸린 상황이었다. 약을 먹어도 기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서울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라 눈가의 다크서클 역시 자꾸 짙어져 갔다. 급격한 체력 저하에 영양제를 몸속으로 때려 넣으며 겨우 버티고 있었던 날, 신랑이 나를 위해 홍게 파티를 열어주었다.
살이 꽉 들어찬 홍게를 구해 온 신랑은 직접 한 손에는 가위를 다른 손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살을 발라줬다. 바르는 족족 내 입으로 넣어준 신랑. 본인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도, 아픈 아내를 위해 계속해서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날 위해 일일이 게살을 모아주기까지 한 다정한 사람. 넘치는 사랑 덕분에 나는 홍게 파티 이후 완전히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가방 속에 항상 휴대하고 다니던 감기약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결혼을 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연애 때만큼 잘 해주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이 남자는 오히려 연애 때보다 더 내게 잘해주고 있다.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나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차에 오르고, 또 집안일까지 전담해 주는 다정한 사람이다. 항상 자신보다 나를 더 배려 하는 이 사람 덕분에 비록 장거리 출퇴근 탓에 체력은 고갈되고 있지만 마음은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게 아닐까. 내게 넘치는 사랑을 주는 이 사람에게 나 역시 많은 사랑을 건네주고 싶다. 오늘 저녁에 다시 만나면, 신랑에게 많이 사랑한다고,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한 번 더 이야기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