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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Jeong Nov 14. 2018

2편 :: 술라웨시? 거기가 어딘데?

9개월 아기와 친정엄마를 데리고 도착한 발리 한달살기


이년만에 다시 만난 응우라 라이 공항의 게이트. 발리 스타일의 대문이 우리가 이 곳에 도착했음을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다. 존재감 뿜!



“얼쓰퀘? 잇츠오케이~”
공항에 도착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택시기사와 만났다.
6인승 도요타 밴은 성인 셋과 아기용 카시트, 캐리어 네개와 아기 유모차를 꽉 싣고 나서야 도로 위에 오를 수 있었다. 요란스럽게 문자를 보내던 외교부의 지진 안내와는 달리 발리는 너무나도 평온했다.


“지진이랑 쓰나미가 났다는데 여긴 왜 이렇게 조용해?”

아빠는 질문을 던지고 곧바로 택시기사에게 다시 물었다.

“지진이 났다는데 괜찮습니까?”
“지진(earthquake)? 그게 뭐죠?”
“왜, 땅이 앞 뒤로 움직이는 것 있잖아요”
“아, 얼쓰퀘! 노 프라블럼. 발리는 괜찮아요”
“아까 뉴스를 보니 술라웨시라는 지역에서 지진이 났다던데요?”





술라웨시? 거기가 어디지?






우리는 택시기사의 대답에 조금 당황했다. 아니 어떻게 자기가 사는 나라 땅도 몰라?
지진이 났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남의 나라 일 보듯 하는 거지?
아빠는 조수석에 앉아 열심히 구글 지도를 검색해 술라웨시 팔루 지역을 찾아냈다.



“여기 있잖아요”
“아, 아까 뉴스에서 봤어요. 그런데 정말 멀어요. 정말 여기에서 한참 먼 곳이니 걱정 말아요.”



잠시 후 우리는 몇 번의 검색을 거쳐 그의 안일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1만 7천여 개의 섬이 모여 만들어진 나라다.
근데 뭐 말이 좋아 1만 7천여개지, 나라의 끝에서 끝까지의 범위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한국지리 시간에 모든 섬의 이름을 다 외우진 않으니까요..?

(구글 지도로 발리에서 술라웨시 팔루까지 거리를 재보니 우리나라에서 일본보다도 더 먼 거리로 나오더군요)
그렇기에 각 섬 마다의 문화와 색채가 제각각이다. 특히 발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자기만의 색채가 강한 곳.
인도네시아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임에도 발리는 여전히 힌두를 믿고, 힌두의 수 많은 신들을 섬기며, 힌두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의 자연재해를 모른 체 하거나 예사로 흘리진 않는다.

거리 곳곳에서 롬복 지진 때의 성금과 구호물자 보내기, 봉사활동을 요청하거나 알리는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 우리의 택시기사는 현생이 바빠 지진 소식을 제대로 보거나 듣지 못해 그렇게 말했을 것이리라.











숙소로 들어가는 길. 이 길의 끝에 나타나는 수영장을 볼 때 마다, 항상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한 달 동안 살 나라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도 알지 못하는 무지렁이 상태로 집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의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어 줄 자그마한 호텔.
아르테미스라는, 그리스 산토리니 즈음에 더 어울릴 법한 이름의 이 호텔은 레지던스와 방갈로를 함께 가지고 있어 장단기 투숙객이 섞여 있는 호텔이었다.
동글한 눈망울에 앳된 얼굴을 한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나오더니 이내 우리 짐을 들고 옮긴다.
그 사이 조용조용한 말투를 가진 매니저는 한 달간 우리가 지켜야 할 숙박 사항과 호텔 내 편의시설을 알려주었다.
바운더리가 그리 크진 않지만 제법 모든 시설을 다 갖추고 있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내 몸만 훌쩍 왔다면 짐은 팽개쳐 둔 채로 씻고 바로 이불을 덮었을 텐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젠 짐 풀기 퀘스트가 남았다.
아이를 위한 물을 끓이고, 이유식을 먹이고,
낯선 욕조에서 낯선 도구를 이용해 목욕을 시키는데도 아이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계속 유모차랑 엄마에게 매달려 있다가 두 땅에 사지를 붙이니 속이 시원해서 그랬겠지.





그래, 여기가 이제 우리 집이야.  맘대로 기어다녀!



#발리한달살기 #아기와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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