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는 000 출신을 추천합니다
"어디 좋은 사람 없어요? 한 3~5년 차 정도로"
"인하우스 가고 싶은데, 어디 추천해 줄 곳 없어요?"
홍보인들끼리 만나면 으레 주고받는 질문이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의 규모도 커지고, 국내외의 관심도 커지며 PR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기업 또한 많아졌다.
그런 의미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은 사람을 구한다, 이직하고 싶은 회사 구한다"는 연락을 받는데, 문제는 짝대기가 잘 안 맞는단 말이지.
내가 아는 회사들 대부분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고, 좋은 대표님들이다.
내가 아는 홍보, 콘텐츠 에디터, 마케터 모두 진짜 일을 너무 잘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싶어 쓰는 오늘의 글
물론 제가 막 엄청난 인사이트가 있는 건 아니고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미리 주의)
#홍보가 필요하긴 한데....
많은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 채용 JD를 보면, '아...(탄식)' 싶을 때가 많다.
물론 글도 쓰고, 포토샵도 좀 만지고, 기자도 좀 알고, 보도자료도 쫙쫙 잘 뿌리는 사람이 알아서 와준다면 좋겠다마는, 그런 JD라면 누구든 지레 겁먹고 도망가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없던 직군을 채용해야 하니 그런 마음도 십분 이해하지만, 그 와중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어떤 필요에 의해 홍보 담당자를 채용하는가
투자 단계 또는 스타트업 구성원 규모별 홍보 니즈도 상이하겠지만 꼭 그게 맞지도 않다.
앞으로 출시할 제품의 대중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홍보 담당자를 채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때아닌 규제와 서투른 마케팅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고 부랴부랴 홍보 담당자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구인자가 생각하는 홍보란, 기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보도자료 내고, 기사 내고하는 게 많다.
특히 어떤 스타트업이 이름이 알려지면 대표님이 모든, 일련의 PR활동을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매니징 역할을 하는 게 홍보 담당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통 기업들은 의전실이나 비서실이 홍보실과 같이 있기도 했음)
또는 SNS 채널 관리, 운영,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콘텐츠를 '창작하는 역할'로 뽑을 수도 있고. 아주 가끔은 내부 구성원들의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채용하는 곳도 더러 있다.
어떤 필요에 의해, 어떤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지를 먼저 적어보자.
구구절절해도 좋다. 대체로 홍보담당자나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은 맥락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작성하고 나면, 우리가 정말 PR 담당자가 필요한지 또는 내부에서 소화 가능한 지도 사이즈가 나온다.
그러니 뽑든 안 뽑든, JD부터 한 번 적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자 출신 뽑는 거 어때요?
많은 스타트업 홍보팀에 기자들의 이력서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자들의 정계 및 공보, 홍보 분야 진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어왔다.
그러나 진출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나마 과거에는, 일종의 '관직'에 뜻을 품거나 대기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으로 고연차의 기자들이 이동했다면, 이젠 정말 '기자'라는 직업의 확장 가능성에 뜻을 품고 적을 옮기는 평기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기자 출신이 가지는 명확한 장점은 있다.
기자 시절에 우호적으로 쌓아둔 취재원 관계 활용 가능
거시적인 메시지 전략 세팅 가능
단어 선택, 표현 방식에 대한 '아' 다르고 '어' 다름을 매우 잘 캐치함
출입처였다면 민감한 규제 이슈에 대한 양쪽 입장 사례에 대해 박학다식
그럼에도, 기자 출신이 가지는 단점도 있다.
소위 말하는 '기자 물' 빼기 쉽지 않음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다루는 문서작성 툴과 기획서 작업 등을 어려워함
전통 홍보나 리스크 관리면에 치중하는 경향
기자 출신을 뽑으세요, 뽑지 마세요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본인의 팀 또는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기자 출신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PR이 있고, 아닌 PR이 있다. 1번의 '왜 필요한지'와 연결됨.
행동가예요, 전략가예요?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넘어오면서 보았던 수많은 면접을 복기해 보았다.
수 차례의 면접들 사이에, 나는 이직하고픈 그 회사에 '비전'을 제시했었나, '결과물'을 보여줬었나?
이력서를 다시 열어보니, 무수한 면접에서 후자의 방법을 제시했었다.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했었습니다!라고 구구절절하게도 적어뒀더라.
이력서 상으론 뭔가 많은 일을 한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 좀 알 것 같다. 단순히 늘여놓기보단 '어떤 메시지를 일원화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했는지가 대체로 누락되어 있었다.
이력서에 적은 수많은 프로젝트 내용과 기사 등 '전략'을 실행한 행동만 적지 말고, '왜 이런 전략을 세웠는지'를 서술한 다음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숫자'로 간단명료하게 적자.
예상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어떤 전략을 세워두고 당신을 뽑지 않는다.
'그냥 우리 필요한데요' 하는 곳 많음.
먼저 전략을 들고 면접 테이블에 들어갈 필요도 있다.
인하우스로 가고 싶은 에이전시 AE인가요?
중견이나 대기업의 경우는 대체로 어떤 홍보 담당자를 원하는지 JD에 대략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잘 뜯어보면 언론홍보인지, 리스크 관리인지, 디지털 콘텐츠, 또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사보 제작 등) 인지가 비교적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나 막 홍보팀이 신설된 경우는 다르다.
PR이라고 칭하는 활동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 본 사람이 유리하다.
전통의 홍보가 무너지는 요즘, 많은 기업의 '홍보팀'이 '커뮤니케이션팀'으로 명칭을 바꾸는 속사정도 뜯어보면 유사하다.
예를 들어 신문, 방송과 같은 기존 미디어의 파급력도 물론 매우 강하지만 1인 미디어와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건 네이버 트렌드나 블랙 키위 등으로 보도자료 배포했을 때 VS 유튜브 영상 떡상했을 때 검색 데이터만 봐도 확인 가능한 부분.
전략을 세웠으면 실행하는 사람도 당신이다.
본인이 세운 전략에 대한 실행 가능성과 실행력이 비교적 높은 게 에이전시 출신이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1. PR의 방법엔 SNS 채널도 있다(잘 만든 SNS 콘텐츠, 열 보도자료 안 부럽다)
2. 우린 디자이너이자 마케터이자 커뮤니케이터였다(PPT로 누끼 어디까지 따 봤니)
3. 고객사에 데이터와 성과측정을 보고해 봤다 (인하우스 가면 안 할 거 같죠)
'복잡계 PR'이라는 말이 있다.
주가도, 정치도, 세상도 단순한 하나의 현상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대체로 말과 행동의 표현방식에 의거해 이뤄지는데, 이 모든 게 '커뮤니케이션'의 범주에 들기에 홍보 담당자들은 세상의 모든 것에 촉각을 곤두 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전시 출신만이 가질 수 있는 '알잘딱깔센' 능력을 많은 스타트업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또는, 기자 출신들만이 가진 강점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구인 JD를 작성하면 좋겠다.
여러 의미로, 쪼아본 사람은 몰라도 쪼여본 사람은 잘 안다. (그래서 더 잘 쫀다고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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