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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뢰딩거 Mar 26. 2024

템플스테이

스님의 질문


 5년 전이었을까.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강원도에서 유명하다는 절을 찾아갔어요. 절밥이 맛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온 김에 스님을 뵙고 싶어서 차담(茶談)을 신청했어요. 고등학교 때, 스님이 되는 건 어떨까 상상을 해봤는데. 예상 외로 스님의 인간적인 면모에 놀랐습니다. 본인은 한 번 살고 가는 인생을 공부에 걸어볼 뿐이라고, 소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스님은 이렇게(진짜로...) 질문하셨는데, 답변을 기대한 뉘앙스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답변할 짬도 아니었고요. 마치 유럽 명언계의 클리셰, '네 자신을 알라'는 느낌이었어요. 무슨 뜻일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멘트였습니다


 대학교 때 과외를 몇 개 했습니다. 부모님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비결이나 동기를 물어보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게 있겠습니까. 특별한 계기나 사건은 없습니다. 어딘가에 열중한다는 것은, 어느 날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것처럼, 그런 유동적인 변화라는 주의입니다. 날씨 같은 거죠. 왠 날씨 얘기냐 싶겠지만


 누가 당신 누구냐고 물어온다면 날씨 같은거라고 말할 듯 싶습니다


 다행히 사람은 날씨를 견뎌내는 힘도 있고, 날씨를 만들어내는 힘도 있는 듯 싶습니다


글 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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